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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대입 전형, 원스톱 컨설팅 제시 "종합병원형 교육주치의 등장할 듯"

2012/09/09 15:58:06


“(전화·검색·음악감상 등 여러 기능을 고루 갖춘) 스마트폰처럼 ‘학습자의 모든 걸 해결해주는’ 학원이 생기지 않을까요? 요즘 학원들은 △진로설계 전문 △학습컨설팅 전문 △내신관리 전문 등 취급 분야가 세분화돼 있지만 조만간 여러 개의 단과학원이 하나로 뭉친 ‘종합병원형’ 학원이 인기를 끌 겁니다.”(이우성)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부모 중 몇몇은 일찌감치 자녀를 자퇴시킨 후 좋다는 학원을 골라 이리저리 돌리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입시 정책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학교가 더 이상 미덥지 않은 거죠. 어쩌면 진짜 문제는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에 있습니다.”(정승훈)

“한국에 ‘대치동 엄마’가 있다면 미국엔 ‘화이트맘(white mom·자녀 사교육에 열심인 고소득층 백인 가정 학부모)’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에 걸쳐 입학사정관 전형이 정착됐다는 미국에서도 ‘맞춤형 교육’의 전형인 개인 교습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미국식 교육을 좇아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당분간 비슷한 현상이 유지될 듯합니다.”(김현철)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5년 후 교육 시장의 풍경’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최근 나타나는 현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 김 소장은 “맞춤형 교육이 유행하는 요즘 추세는 다양해진 대입 정책이 그 원인”이라며 “대학이 입시 제도를 오늘날처럼 바꾼 건 (다양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흐름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강사 역시 “사교육에 대한 교육 수요자의 요구가 까다로워진 건 학부모의 인식이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자발성’이란 쪽으로 바뀌고 있는 데 원인이 있으므로 마냥 나쁘게 해석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잡으려면 공교육 경쟁력 높여야

세 사람은 “그때그때 닥치는 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사교육을 공교육이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강사는 “한번은 아는 교사에게 개정 교과서 내용에 관해 물었더니 우물쭈물하더라”며 “교사들이 논술이나 NEAT(국가영어능력평가) 등의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학부모는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찾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 역시 “현행 학교 교육은 철저하게 상위권 학생 위주로 편성돼 있어 중위권 이하 학생은 학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요즘 중·하위권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지원 가능한 대학을 물으면 십중팔구 ‘알아서 하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물론 해당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과 합격 가능 등급을 비교해 일치하는 대학 목록 정도는 제시해주죠. 하지만 정작 학생 본인은 그 많은 학교 중 어디가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합니다.”

김 교수는 “공교육이 사교육처럼 개별 수요자를 만족시키려면 교사 확충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수단으로 따지면 사교육은 ‘택시’, 공교육은 ‘지하철’에 가깝습니다. 택시를 탈 의사와 비용이 있는 사람은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행선지에 내릴 수 있죠.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국가는 지하철로도 목적지에 최대한 가깝게 도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토론 말미, 이우성 원장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맞춤형 고액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했다. “저도 교육 컨설팅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연간 컨설팅비가 1000만원씩이나 되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갈수록 심해지는 학원 단속이 아닐까 싶어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사교육 수요는 절대 줄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강료 인하, 개점 시각 제한 등 지나친 학원 운영 단속 조치는 오히려 음성적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이 입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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