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승부욕의 '태권 소녀'
황경선 선수가 태권도를 시작한 건 여섯 살 때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언니 황경애(29세)씨와 함께 동네 태권도장을 찾았다. "처음엔 호신용으로 재미 삼아 배웠어요. 그러다 큰 키 덕분에 관장님 눈에 띄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했죠."
이듬해부터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쓸었다. 하지만 당시엔 함께 선수로 활동하던 언니가 훨씬 더 주목받았다. 사람들은 그를 '경애 동생'이라 불렀다. 그는 그게 싫었다. "비록 학년과 체급은 달랐지만 언니는 정말 태권도를 잘했어요. '언니를 꼭 이겨야겠다'는 목표를 가슴에 품었죠. '누구 동생'이 아니라 '경선'이란 제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거든요."
넘치는 승부욕 때문에 생긴 재밌는 일화도 있다. "초등학교 때 일이에요. 당시 도 대회는 5·6학년밖에 못 나갔어요. 제가 4학년일 때 대회에 너무 나가고 싶어 학년을 속이고 대회에 출전했죠. 그러다 보니 언니들과 시합을 하게 됐어요. 언니들은 제가 또래인 줄 알고 친구처럼 지냈는데, 나중에 제 실제 나이를 알곤 깜짝 놀랐죠. 하하."
고등학교 1학년 땐 국가대표로 깜짝 발탁됐다.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손에 넣었다. 꿈 많던 '태권 소녀'는 어느덧 한국 여자 태권도계의 기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