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8/28/2012082801867_1.jpg)
서: 일부에선 "한때 홍콩영화가 그랬듯 대중문화 중심 한류도 단명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송: 그 점에 대해선 별로 걱정 안 합니다. 당시 홍콩영화는 일명 '홍콩 누아르'로 불리는 장르에 국한돼 있었어요. 하지만 한류는 음악·영화·드라마 등 장르가 다양하죠. 다만 '케이팝(K-pop)이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지적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댄스 음악이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면 이후엔 그 뒤를 이어 록·발라드 등 다양한 한국 음악을 소개해야죠. 그런 면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입니다. 해외 한류 팬에게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저변이 넓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니까요.
서: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요?
송: '한국적인 것=고전적인 것'이란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국적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조선·고려 시대로 무조건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죠. 고정 관념을 깨야 합니다. 이젠 지극히 현대적인 얘길 다룰 때가 됐어요. '2012년 현재 서울의 일상'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도 외국인의 눈엔 충분히 한국적일 수 있거든요. 실제로 얼마 전엔 싸이 덕분인지 미국 케이블 TV 채널 CNN에서 '강남 특집'을 방영하더군요.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쪽이 확연히 달라지는 광경 역시 외국인에겐 굉장히 한국적 특징으로 비쳐질 겁니다.
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땐 어떤 점에 가장 주력하십니까.
송: 결론부터 말하면 '창의력'입니다. 이젠 암기력 뛰어난 사람보다 창의적 인재가 대우 받는 시대예요. 우리 땐 잘 외우는 아이들이 '머리 좋다'는 소릴 들으며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죠. (키보드 두드리는) 손놀림만 빠르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요. 창의력을 키우려면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한때 초등 교육과정 개정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었는데 당시 '과목 수 감축'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어요. '무슨 과목을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 자문위원이 '한 학년에서 음악·미술 다 가르치는 건 무리이니 1년에 한 개씩만 다루자'고 답하더군요. 기가 막혔습니다.
서: 저도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회의에 참석했다가 그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웃음)
송: 그런 풍토에선 결코 창의력이 계발될 수 없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을 아이들의 창의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어요.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지원자의 잠재력 평가 방식을 계속 고민해야 하고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으려면 창의력 중심 사회부터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