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0 03:09:17
◇실전 성공의 비밀? 첫째도, 둘째도 ‘훈련’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상담을 위해 김 박사와 마주 앉은 선수는 으레 눈을 감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30분간 일명 ‘염송’을 해야 한다. 염송은 김 박사가 발명한 집중력 향상 훈련의 일종. 생각을 뜻하는 한자 ‘염(念)’과 영어 단어 ‘song(노래)’의 합성어다. 스님이 염불을 외듯 한 문장을 반복해 말하면 된다.
“‘염(念)’은 ‘이제 금(今)’과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입니다. 집중력 향상의 키워드도 ‘지금, 그리고 여기(now & here)’죠. 눈앞의 것에 몰두하되, 잡념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 염송에 나서면 불과 몇 초 만에 딴생각이 날 겁니다. 그럴 땐 자신이 외우는 문장과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며 목소리에 집중해보세요. 하루 30분만 투자하면 놀랄 정도로 집중력이 향상될 거예요.”
김 박사는 염송 외에도 숫자 세기, 심호흡 등 수험생이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집중력 훈련법을 몇 가지 알려줬다. 딱히 새로울 건 없는 방법이었다. “중요한 건 반복과 경험이에요. 시합을 위해 경기장에 선 선수는 음주 직후 못지않은 흥분 상태입니다. 시험장에 앉아 있는 수험생도 마찬가지죠. 평소 꾸준히 훈련해놓지 않으면 그런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불안 해소하려면 결과에 대한 욕심 버려야
‘시험 증후군(test anxiety)’이란 용어가 있다. 시험 칠 때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증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안은 집중력의 최대 적이다. 불안하면 긴장하고, 긴장하면 산만해지고, 산만함은 결국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
김 박사는 “시험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욕심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어떤 수험생은 어쩌다 한 번 잘 나온 점수를 자신의 ‘실력’으로 포장합니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담임교사 등 전문가가 제시하는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자신을 관조해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럴 때도 꾸준한 훈련이 필수입니다. (진)종오의 경우, 독서로 마음을 비우곤 합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도 다섯 권을 독파했다더군요.”
실전에선 ‘위기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김 박사는 “실수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마음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를 저지른 상태에선 누구라도 화를 쉽게 가라앉히기 어렵습니다. 종오 같은 최고 사격 선수도 마찬가지죠. 그럴 땐 90초 정도 쉬면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라고 세 번쯤 되뇌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김 박사는 “좋은 ‘결과’를 달성하려면 거꾸로 ‘과정’에 집중해보라”고 덧붙였다. 이 충고는 그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자신의 아들에게 건네는 것이기도 하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반대로 대충 한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좋은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죠. 그렇게 보면 사실 결과(점수)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에요. 학부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후회 없이 시험에 임하라’고 자녀를 격려해주란 겁니다. 단, ‘입’이 아닌 ‘진심’으로요. 말과 다른 마음은 아이가 제일 먼저 알아차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