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9 03:54:05
[이야기 하나]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이 피란길에 올랐을 때다. 왜적이 한양 가까이 올라오고 있어, 임금은 궁궐을 떠나 북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임금 행차는 가까스로 임진강 가에 다다랐다. 날씨는 쌀쌀하고, 몇 끼를 굶어 허기까지 밀려왔다. 그러나 피란길에 먹을 것을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이때 어느 어부 집에서 임금께 정성스레 저녁 밥상을 올렸다. 반찬은 꽁보리밥에 생선이 전부였다. 그러나 무척이나 시장했던 임금은 밥 한 공기를 허겁지겁 비웠다. 그러곤 어부를 불렀다. "도대체 이렇게 맛있는 생선 이름이 무엇인고?" 난생처음 임금 앞에 선 어부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대답했다. "예, 묵<사진>이라고 합니다." "묵이라…." 임금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조금 전 밥 먹을 때와는 달리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 이름은 이 생선에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너무 하찮게 들린다. 이제부터 이 생선의 이름은 '은어'라고 불러라."
이후 험난한 피란살이가 끝났다.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 임금은 그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수라상을 받은 선조 임금이 상을 휘 둘러본 뒤 말했다. "피란길에 먹었던 은어를 올리거라." 이윽고 은어가 상에 올라왔다. 우물우물 씹어보던 임금은 젓가락을 '탁' 상 위에 내려놓았다. 피란지에서 먹었던 맛이 나기는커녕 오히려 맛이 없었던 것이다. 선조 임금은 생선 이름을 은어라고 부르지 말고 예전대로 도로 묵이라 부르라고 명령했다. 이것이 오늘날 도루묵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용참고: 정지천 '조선시대 왕들은 어떻게 병을 고쳤을까'·중앙생활사)
●창의력 문제 1
같은 생선인데 선조 임금이 맛이 다르다고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