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교수에 따르면 전신 제어 기술은 인간형 로봇을 실용화하는 데 필요한 기초 기술이다. 로봇이 인간의 생활 속에 들어와 어떤 작업이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상체 하체를 함께 움직이면서 스스로 중심을 잡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춤을 추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휴보를 탄생시킨 오 교수팀은 로봇 실용화를 위한 큰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휴보의 힙합 춤은 사실 실험실 학생의 막춤이에요. 연구 과정에서 임시로 만든 거죠. 며칠 전 교내 춤 동아리 학생을 불러 제대로 된 춤 동작을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것)했어요. 음악에 맞춰 춤추는 휴보의 모습을 공개하는 건 처음입니다."
◇위험한 일 대신하는 인간형 로봇, 10년 안에 가능
오 교수는 "춤추는 휴보가 나오기까지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실험을 하면 99%가 실패예요. 한 번에 뜻대로 되는 경우는 없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계산도 다시 해보고 기계도 바꿔보고, 그러다 조금씩 발전하는 거예요. 실패하는 것 자체가 연구의 과정이죠. 수십, 수백 번의 시도 끝에 작은 성공을 거둔다 해도 그 역시 과정일 뿐이에요. 내일이면 한 단계 높은 도전을 해야 하니까요."
전신 제어 기술을 통해 휴보는 춤뿐 아니라 사람이 하는 동작의 70% 정도를 흉내 낼 수 있게 됐다. 두 다리로 점프하는 건 어렵지만 한 다리가 붙어 있는 상태의 운동은 90% 이상 따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이제 시작일 뿐, 전신 제어 기술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잘라 말했다. "'걷는다'고 할 때 아장아장 걷는 것부터 잘 걷는 것까지 여러 단계가 있죠? 전신 제어 기술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갑자기 밀거나 벽에 부딪혀도 넘어지지 않는 단계까지 가야 합니다."
오 교수는 "10년 안에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인간형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면 일본 원전 사고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겠죠. 이를 위해선 로봇의 '플랫폼(기계장치)'과 '인공지능'이 나란히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중 로봇 플랫폼을 담당하고 있고요. 지금은 버튼을 눌러서 휴보를 움직이지만,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머잖아 스스로 움직이고 돌아다니게 될 겁니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더 연구하고 도전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