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4 19:39:06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대문구 독립관 건물 지하 1층 역사연구소 연습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린이 20여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기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노랫말은 흔한 동요나 가요와는 색달랐다. 조선의 건국 과정을 다룬 내용이나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독립운동과 보훈 관련 행사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합창과 율동을 선보이는 역사어린이합창단. 매주 토요일 오전에 만나 두 시간씩 역사 동요를 연습한다. 이날은 22일 열린 국가보훈처 행사를 준비하는 자리였다. 긴 노랫말이었지만 가사를 까먹는 어린이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 한결같이 즐거운 모습이었다. 역사동요를 부르는 것이 재미있어 인천에서 온다는 남우리(인천 효성초 5학년)양은 “노래를 배우다 보면 어느덧 나라를 생각하게 되고,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소년조선일보는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을 맞아 역사를 돌아보자는 의미로 역사어린이합창단을 만나봤다.
◆역사노래로 나라사랑 쑥쑥
역사어린이합창단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고 현재도 이끄는 박용진(49세) 단장이 갈수록 어린이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시작했던 것.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박 단장은 “그 당시 서점에 가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삼국지 등 해외의 역사책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국사관련 책은 인기가 없었다.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기에, 어린이들에게 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외주제작사 PD 일을 그만두고 역사연구소를 세운 그는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뭐가 좋을까를 생각하던 중 동요를 떠올렸다. 동요만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소재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역사동요를 만들고 기존 동요에 역사내용을 붙여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역사노래만 해도 250곡이 넘는다. 한 두명씩 역사노래 부르기를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 함께 연습했다. 그는 “역사를 글로 써 외울 때보다 노래로 익힐 때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노래를 배우다 보면 역사를 사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어린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립운동과 보훈 관련 행사장 등에서 공연 요청도 들어왔다. 현재는 경기 고양시와 서울 서대문구, 은평구 세 곳에 센터가 있는데, 총 70명의 어린이들이 등록해 연습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시 센터에서 연습하는 합창단원들이 음악회를 다달이 열어, 시민의 가슴에 애향심을 돋우기도 했다. 지금은 비정기적으로 큰 행사에만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에는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식에 참가했고, 독도 지키기 행사에도 참여해 역사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행사가 잡히면 총단원 70명 중 참가하고 싶은 사람 2~30명 정도만 추려 따로 연습하는 식이다. 5년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서은비(서울 연가초 6학년)양은 “무대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들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뿌듯하고 애국심이 솟아난다. 단체 행사외에도 따로 병원에서 노래부르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부하는 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