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7 16:40:32
◇“공부 목표 세웠더니 담배 생각 절로 사라져”
“중2 때 친구들의 권유로 피우기 시작했어요. 거절하면 자꾸 놀려서….” A(서울 ㄱ중 3년)군은 성적이 전교 10등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이자 전교 학생회 임원이다. 하지만 친구 여럿과 PC방이나 노래방을 드나들며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다소 삐딱한 모범생’이다. 그에게 담배는 일종의 사교 수단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흘에 한 번꼴로 담배를 피웠다. “친구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다들 절 부러워했어요. ‘담배 피우면서 공부도 잘한다’고요. 저도 그런 반응이 싫지 않았죠.”
A군이 금연을 결심한 건 1학기 중간고사 직전. “언젠가부터 툭하면 숨이 가빠오고 책을 펴들 때마다 머리가 아팠어요. 그게 다 흡연 때문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죠. 게다가 올 들어 ‘자율형사립고 진학’이란 목표를 세워 공부 시간을 늘리다 보니 자연스레 담배를 찾지 않게 됐어요.” 그에 따르면 성적과 흡연량은 반비례 관계에 가깝다. 실제로 그가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한 무렵 성적은 한때 전교 20등까지 곤두박질 쳤다. 반면, 금연을 결심한 이번 중간고사 땐 예전 성적을 되찾았다.
ㄱ중학교는 지난 2010년부터 금연 수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학기 수업은 지난달 21일부터 닷새간 진행됐다. 참여 학생 25명 중 ‘금연 성공자’는 16명. 그 중엔 B군도 포함돼 있다. “처음 담배를 피운 건 중 1때였어요. 호기심에 시작하면서도 쉽게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금연하려니 입이 심심해 사탕, 껌도 모자라 나중엔 볼펜까지 물고 있었어요. 여전히 ‘흡연자’인 친구들 틈에서 혼자 참는 것도 힘들었어요. 금연에 가장 필요한 건 의지력이에요. 전 금단 현상이 올 때마다 금연학교 수업에서 본 장기 흡연자의 폐 사진을 떠올렸어요. 빛깔이 순대처럼 탁했죠. 제 폐가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고요.”
◇흡연 자녀 대할 땐 ‘소통 노력’이 가장 중요
C(서울 ㄴ공고 1년)군의 어머니 김모(43·서울 중랑구)씨는 아들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아이 등굣길을 지켜보는데 길을 걷다가 뭘 주워서 주머니에 넣더라고요. 담배 숨겨놓은 자리를 기억했다가 집을 나서며 챙긴 거죠.” 벌써 두 번째 발각이었다.
무턱대고 화부터 냈던 처음과 달리 당시 김씨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아이가 왜 담배를 피우는지 곰곰이 생각한 후 금연학교 출석을 권유한 것. 다행히 C군도 엄마 말에 순순히 따랐다. 김씨는 이후 아들의 식단을 채소와 과일 위주로 준비했다. 금연학교의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금연학교에 입소한 C군은 근 1년째 매일 예닐곱 개피씩 피웠던 담배를 끊었다. 그는 “처음 1주일 정도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가빠지긴 했지만 그 외 별다른 금단 증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흡연 후 금연’ 중인 자녀를 대하는 학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김씨의 경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솔직히 얘기해주면 엄마가 널 지켜주겠다”며 C군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등굣길에 C군을 포옹하는 등 적극적 애정 표현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