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7 16:32:12
이주홍양은 14세 때이던 지난 2008년 2월, 할아버지에게서 ‘한국사회공헌재단’이란 이름의 주식회사를 물려받았다. 회사가 정식 등기 절차를 마친 지난해 2월 22일엔 ‘국내 최연소 CEO(당시 17세)’로 한국기록원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사회공헌재단은 청소년의 봉사 활동 내역을 점수화해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사회공헌자격증’(1~9급)을 발급해주는 업체다. 출판사를 운영하던 이양의 할아버지가 사회공헌 사업에 뜻을 두고 만든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이양이 열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머리를 맞대고 개발했다.
여중생에 불과했던 이양이 아버지는 물론, 친인척을 모두 제치고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남다른 봉사 정신’이다. “원래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2009년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기 전만 해도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수요 집회에 할아버지와 함께 참석해 직접 만든 식혜를 갖다 드리곤 했죠. 2008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엔 기름띠 제거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고요. 비록 할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요즘도 시간 날 때마다 서울역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따뜻한 나눔터’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양의 기상 시각은 새벽 5시 30분. 학교 수업을 마칠 때까진 여느 여고생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하지만 방과 후엔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는 대신 회사로 직행, 직원들과 회의를 하거나 사업 관련 구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고생 CEO’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친다. 지난해 3월엔 세계적 기업가 워런 버핏(82)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상대로 사업을 제안하는 ‘배포’를 발휘, 주위를 놀라게 했다. “버핏 회장님이 당시 사업차 대구에 오셨어요. 무작정 다가가 ‘당신 생일(8월 30일)을 국제공헌자의 날로 지정해 기부 문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했더니 선뜻 사업 제안서에 서명해주셨죠.”
이양은 재단 대표가 되며 부모님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번 건 아니다. 아직 회사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해 학비가 3분기째 밀린 상태다. 집이 없어 ‘먹고 자는’ 문제는 회사에서 해결한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법인 자산 5000만원은 교재 등을 펴내느라 전부 써버렸다. 직원 두 명도 ‘무급 봉사 중’이다. 하지만 올여름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진다. 일단 오는 8월 30일 ‘제1회 국제공헌자의 날’ 선포식을 갖는다. 그와 동시에 한국사회공헌신문도 창간한다. ‘사회공헌 기자’로 임명된 초·중·고교생이 주변의 ‘착한 인물’을 발굴, 기사로 작성해 채우는 신문이다. “우선은 사회공헌자격증이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에요.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한국사회공헌재단을 ‘착한 세상 만드는 데 기여하는 회사’로 만들 테니 지켜봐주세요!”
이윤경│ 대학생 선배들과 사회적 기업 공동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