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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많은 친구는 죄다 공부 잘하는 녀석이더라고요. 이후 죽도록 공부만 파고들었어요." 그는 방 벽면 전체에 벽지 대신 흰 종이를 붙여놓고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빼곡히 적어 넣어가며 공부에 매달렸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성적도, 인기도 쑥쑥 오르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엔 전교 회장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그는 힘들었던 기억이 오히려 소중한 자산으로 바뀌는 경험을 거듭했다. 고 3 초기, 친구들과 호기롭게 술집에 드나들다 걸려 '단기 정학'을 당한 일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받은 충격으로 공부에만 매진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 장르 편식 없는 대중 소설가가 된 배경에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를 닥치는 대로 각색했던 사연이 녹아 있다. "요즘에도 '난 왜 이렇게 작고 못생겼지?' '왜 난 말을 잘 못할까?'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가 많을 거예요. 그럴 땐 주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예요."
◇인생은 놓아야 잡을 수 있는 '저글링'
이PD는 지난해 매일 두 시간짜리 방송을 연출하는 틈틈이 열 권의 책을 냈다. 올 1월 개봉한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도 썼다. 전업 작가도 소화하기 힘든 살인적 일정이다. 그가 밝힌 비결은 '습관의 힘'이다. "매일 원고지 수십 매 분량의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A4 용지 1매 정도는 쉽게 채울 수 있죠. 그렇게 1년이면 A4 용지 365매, 장편소설 세 권 분량이 나와요. 간단하죠?"
그는 1주일을 둘로 쪼개 산다. 사흘은 퇴근 후 작업실로 직행한다. 작업실 도착 시각은 저녁 일곱 시쯤. 대개는 이튿날 새벽 한두 시까지 숨도 안 쉬고 작업에 몰두한다. 일요일에도 하루 종일 작업에 매달린다. 나머지 사흘은 곧장 집으로 퇴근해 남편과 아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빡빡한 생활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제게 인생은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하나를 손에서 놓아야 하는' 저글링과 같아요. 야망이 있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좋은 직업이든, 하다못해 부자 집안과의 결혼이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