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한 중학교 박모(40) 교사는 지난 3월 교실에 들어갔다가 창틀에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고, 학생이 모두 그쪽을 바라보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겁지겁 달려가니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려 장난이란 걸 알아채고 안도하기도 했다. 박씨는 "최근 들어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늦은 밤에 한 학생이 '죽으러 갑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밤새 찾아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패턴화하는 자살 막을 수 있다대구교육청 김태헌 장학사는 "(지난해 12월 숨진) 권군 유서가 공개된 이후 다른 학생들도 권군과 닮은 유서를 써놓고 자살했다"며 "당시 마음이 약한 많은 학생이 권군 유서를 따라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자살 사건이 벌어졌을 때 흔들리는 학생들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당부다.
이호숙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대구지부장은 "다른 친구 폭력 피해 사례를 이야기하거나 가방과 교복에 낙서가 있을 때, 단체 여행 등에 혼자만 빠지려고 할 때,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랄 때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 부모나 교사가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학교나 전문기관을 찾아 주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징후가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족이나 교사가 먼저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가정에서는 아버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이런 징후를 미리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일 숨진 김군의 학교폭력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가해 학생인 김군을 포함, 축구동아리 학생 23명을 불러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괴롭힌 일이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