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살 더 먹어 2학년이 된 19명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목격한 학생에 따르면 4~5명이 성진이를 둘러싸고 번갈아가며 발과 주먹으로 때렸다. 성진이가 '왜 그래. 그만해'라고 울며 저항했지만 괴롭힘은 계속됐다. 이를 보다 못한 같은 반의 한 여학생이 일요일인 지난 3월 18일 학생부장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여학생은 교사들에게 "작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올해는 더 심해졌다"며 신고했고, 다음 날 학생부장 정호석(가명·43) 교사가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목격한 여학생들과 이들이 지목한 가해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19명이 저지른 일'이 속속 드러났다. 처음에는 같은 반 학생들 13명을 포함해 15명이 적발됐고, 이들의 진술에서 4명이 더 발견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건(여러 학생이 장애 학생을 오랜 기간 집단으로 괴롭힌 건) '도가니(영화)'만큼이나 심각한 사건"이라고 했다.
◇가해학생 학부모들 잘못 인정
성진이의 아버지는 "참을 수 없다. 당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지만 정 교사는 "학교에서 해결해보겠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때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설득했다.
학교의 대응은 신속했다. 여학생의 신고가 있은 지 4일 만에 가해학생 학부모 19명을 불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부모와 경찰 등 10명으로 구성·이하 폭대위)를 열었다. 폭대위는 학교 폭력 가해학생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들은 "우리 아이는 잘못한 게 없다" "학교가 쓸데없이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고 했다. 회의장에서 가해학생 학부모 측 대표가 "일단 위원들은 나가 계시라. 우리끼리 얘기를 먼저 좀 나누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학부모들은 다시 폭대위원들을 불렀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폭대위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