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3 15:27:46
◇“세상 접하는 새로운 시각 갖게 됐죠”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며 국어·영어·수학 공부에 매달리던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에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지금껏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열풍을 반영하듯 최근 청소년 대상 인문학 강좌 개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강연장에서 만난 고교생들은 하나같이 “인문학 덕분에 세상을 접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민다혜(18·서울 혜원여고 3년)양은 “이과생이지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학 중”이라며 “인문학을 공부할수록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학문과 연구 분야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유의현·조채환(16·서울 광영남고 1년)군은 학교 교사의 추천으로 나란히 강연장을 찾았다. 유군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이런 강좌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나 자신을 탐색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조군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내가 쓰는 물건이나 손의 역할, 손과 문자의 관계에 대해 관심 가진 적이 없었다”며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사람의 감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말’과 ‘문자’로 표현돼 왔는지 쉽게 이해된다”고 했다.
인문학 교육의 효과는 사고력·상상력·창의력 등 세 가지 ‘힘(力)’으로 입증된다. 인문학자들이 청소년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윤주옥 박사(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청소년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은 다짜고짜 ‘교수님, 그래서 답이 뭐예요?’라고 묻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설명부터 받아쓰려는 거죠. 주입식 교육에 길들어 있다 보니 스스로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힘이 부족해진 탓입니다.”
◇호기심·창의성 발현에 ‘최적의 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