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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고마웠어…' 충분한 애도로 상실감 떨쳐내야

2012/05/29 14:42:25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장례업체 '페트나라'의 박영옥 대표는 13년째 다양한 펫로스 증후군을 목격해왔다. 그는 7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교수 한 분이 개를 화장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 새벽, 전화가 왔어요. 정말 죽은 거 확인했느냐고, 혹시 살아있는데 화장한 거 아니냐고…." 박 대표는 거의 한 달간 똑같은 전화에 시달렸다. 3년 전 17년간 키운 '난이'를 떠나보낸 정수경(가명)씨는 지금도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 난이가 좋아하던 닭가슴살도 매주 사고 있다. 정씨는 "(닭가슴살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의 한 20대 여성이 키우던 개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세 YOO&KIM 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은 진료실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심하게 앓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50대 주부가 내원했습니다. 키우던 개가 죽고 나자 식욕을 잃어서 체중까지 감소한 상태였죠."

◇극복 위해서는 주위 도움 필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제대로, 충분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개 한 마리 죽은 걸 가지고 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리온 동물병원 김태호 노령견 클리닉 과장은 "주변인들이 슬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반려인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면서 "유별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려인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유상우 원장은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라도 슬픔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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