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의 제1 기준은 ‘안정성’과 ‘연봉’“교사가 제일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연봉이 높진 않지만 잘릴 일 없고 퇴직 후엔 연금이 꼬박꼬박 나오는 데다 방학 동안엔 쉬고 육아휴직도 쓸 수 있죠. 아, ‘칼퇴근’도 가능하잖아요.”(염재원)
“전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말을 좀 잘하거든요.(웃음) 아,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연봉’이에요. 수임료가 꽤 괜찮다는 얘길 경제 관련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나중에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김강원)
네 친구에게 장래 희망을 묻자 꽤 ‘어른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꿈을 정한 기준도 저마다 달랐다. 취재진이 제시한 몇 가지 보기 중에서 염양은 ‘안정성’, 김군은 ‘연봉’, 김양은 ‘재미’를 각각 꼽았다. 김보미양은 “제일 좋은 직업은 ‘오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스스로 좋아하지 않으면 결국 포기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도중 직업 선택 가치관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군이 “직업을 정할 때 연봉이 가장 덜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하자 염양과 김군이 즉각 반발했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해.”(염재원)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화물차 안에서도 위대한 발명을 이뤄냈어.”(김보미) “그건 에디슨이 ‘0.1%의 천재’여서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박사 과정까지 밟는 데 드는 돈은 무슨 수로 마련할 건데?”(김강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어도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까?”(염재원) “그럼 결혼 안 하면 되지.”(최호연)
◇공무원 선호 이유?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이들은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최군은 “공무원은 7·9급보다 5급 이상의 대우가 좋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연봉 높은 걸로만 따지면 CEO가 훨씬 나은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넷은 “TV 뉴스가 청소년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며 ‘안정직(職) 선호 현상’은 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물가 상승, 청년 실업, 학자금 대출…. 어른이 되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걱정돼요. (되기 어렵다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게 너무 허황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김보미)
염양과 최군은 “청소년에게 다양한 꿈을 심어주려면 진로 관련 수업 시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꿈은 고작 해야 평소 주변에서 접하는 직업군 정도예요.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 아플 때 찾는 의사, TV에 나오는 연예인처럼요. 그 밖의 것이라고 해야 부모님이 추천하는 극히 일부 직업이 다죠. 진로 수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염재원) “대부분의 학교는 진로나 창의적 체험활동 관련 수업을 소홀히 해요. 어떤 학교에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돌려버리기도 하죠. 어른들이 수업 외 활동의 중요성을 좀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최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