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2 03:09:43
윤 양과 서 군은 이른바 '모범생형 일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일진'들이다. 성적 나쁘고, 머리 염색하고, 복장 불량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깡패형' 일진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일진들 가운데는 성적과 외모가 뛰어나며 학교 임원을 맡는 학생이 늘고 있다. 엄친아 일진들은 폭행을 할 때 직접 나서지 않는다. 교사들이 자기를 일진으로 의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교묘하게 악행(惡行)을 저지른다. 다른 일진들을 배후 조종하는 것이다.
엄친아 일진 특정 아이를 가리켜 "쟤는 요즘 좀 나댄다(까분다)"고 한마디 하면 다른 일진들이 대신 때리거나 따돌리는 식이다. 지난 2월 경북의 C 중학교의 일짱 안건후(15·가명)군도 8명으로 구성된 일진회를 조직해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안군은 전교 30% 이내 상위권 성적으로 3년 동안 반장을 맡아온, 겉보기엔 리더십이 뛰어난 모범생이었다.
그는 매일 밑의 일진들이 오전 7시에 집 앞으로 와 자신을 깨우게 했다. '인간 알람' 역할을 시킨 것이다. 또 친구들의 엉덩이·허벅지·종아리 등 보이지 않는 부분만 골라 폭행했다. "매주 3만원씩 걷어다 나에게 바치라"며 금품 갈취를 지시하기도 했다. "너희 둘이 싸움 잘한다며? 한번 붙어봐"라며 싸움을 붙이기도 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엄친아 일진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진은 공부도 못하고, 불량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교사들의 눈에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