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2 09:33:48
송언 작가가 아이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 두 녀석은 나대현과 파랑머리입니다. 진짜 이름은 노대현, 전병훈이죠. 그리고 요 녀석이 바로 주인공 배불뚝이입니다. 본명은 김수찬이에요. 아주 특별한 제자이지요.”(웃음)
송 작가가 아이들의 담임이 된 건 3년 전. 갓 입학한 아이들은 그야말로 팔딱팔딱 살아 있는 동심 그 자체였다. “3월 새 학기 아이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있어요. ‘이 중에 내 동화의 주인공이 될만한 애가 있을까?' 하고 둘러보는 거죠. 만약 주인공감이 발견되면 1년간 잘 지켜보며 특별 관리를 합니다.(웃음) 그러던 중 배불뚝이가 눈에 딱 들어온 거죠.”
배불뚝이는 온 교실을 들쑤시고 다녔다. 선생님의 음료수 ‘비타삼백'을 호시탐탐 노리며 빼앗아 먹었고 수업을 하다가 이유 없이 밖으로 뛰어나가기도 했다. 교실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가 하면 운동장에서 백만 년 전 화석을 찾아내기도 했다.
“어쩌면 다른 어른들 눈엔 배불뚝이가 문제아로 비췄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답니다. 문제아를 만드는 어른이 있을 뿐이지요. 장난꾸러기, 개구쟁이들이야말로 동심을 그대로 간직한 아이들이란 걸 알아야 해요. 배불뚝이는 어른의 생각으론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상상력의 세계와 동심을 가진 아이였어요. 1년 내내 신선한 모험의 연속이었죠.”
책 속에는 배불뚝이를 중심으로 한 반 아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꼽 잡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다. 송 작가는 “지금껏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20여 편 정도 썼지만 5권 연작으로 낸 건 이번이 처음” 이라고 했다. 다섯 권 안에 담기에도 벅찰 만큼 배불뚝이는 특별한 아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1학년이던 아이들은 이제 4학년이 됐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을 받아든 수찬이는 책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책을 보니 1학년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요. ‘비타삼백'은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예요. 레몬 맛이 일품이거든요. 그땐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1학년 때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장난을 치고 도망가면 송언 쌤이 ‘이놈!' 하면서 쫓아와 찾아내곤 하셨죠. 하지만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선생님은 저를 미워하지 않으셨어요. 누구보다 제 마음을 잘 이해해주셨죠.”
송 작가는 “어른들이 배불뚝이와 같은 장난 꾸러기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어른들이 아이를 아이답지 않게 키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어린이들에겐 이렇게 당부하고 싶어요. ‘얘들아, 조금만 공부하고 즐겁게 놀자!' 많은 아이들이 ‘김배불뚝이의 모험'을 읽으며 잃어버렸던 동심과 아이다운 모험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