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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교수이자 댄서로 '춤꾼' 편견 깰래요"

2012/04/22 16:45:50

‘박사의 춤’이 궁금했던 취재진이 “춤을 조금 보여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그가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이젠 미리 몸을 안 풀면 춤추기 어려워요. 댄서들 중에선 ‘할아버지’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최씨는 한국 스트릿댄서 1세대 가운데 한 명이다. 댄스 배틀이나 댄스 대회가 생겨나고 국제적인 교류가 생겨나는 등 춤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2000년 이전에 이미 그는 춤을 추고 있었다. 세계 각종 춤 대회에서 받은 상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 씨·양현석 씨부터 팝핀현준 등이 동시대에 춤을 췄던 분들이에요.” 그들은 지금처럼 춤 잘 추는 아이돌 그룹이 있기 전, 한국 댄스계의 기반을 닦은 선배들이다. 현재 후배 양성에 힘쓰는 다른 1세대처럼 최씨도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가 처음 춤을 접한 건 열 살 때였다. “친척 형네에 놀러 갔는데, 고등학생이던 형이 전신 거울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거예요. 문워크(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걷는 듯한 느낌이 드는 춤) 같은 동작을 보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그렇게 학창시절을 춤에 푹 빠져 지냈다. “사실 성적도 썩 나쁘지 않았어요. 춤 연습을 하면서도 중상위권쯤은 유지했으니까요. 그래서 고3 땐 결정을 해야 했죠. 춤이냐, 공부냐. ‘이대로 서울 중간쯤 가는 대학에 진학해 평범한 회사원이 되면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춤을 추자’는 거였어요.”

그렇게 본격적인 ‘춤 인생’이 시작됐다. 춤으로 진로를 택한 아들이 마뜩잖았던 아버지는 식사하다가도 최씨가 오면 수저를 놓고 방에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에만 푹 빠져 살았다. “남들이 고3 때 공부에 열중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춤에 매달렸죠.” 그러다 한국에서만 배우고 연습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돈을 모아 미국으로 갔어요. 힙합의 원조라고 불리는 엘리트 포스, 일렉트릭 부갈루스 등 세계 최고의 댄스팀 멤버들에게 찾아갔죠. 다행히 먼 나라에서 춤 하나 보고 온 저를 받아들여줬어요. 유명 춤꾼들에게 홈스테이하면서 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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