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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기숙사들여다보니…밤이면 식당도 독서실로… 못 말리는 공부벌레들

2012/04/18 14:06:15

"잠 쫓으려고 대바늘로 허벅지 찔러가며 공부하는 광경 본 적 있으세요? 시험이 임박하면 별별 졸음 퇴치법이 다 동원돼요. 매점에선 일찌감치 카페인 음료가 동나고 수지침·쑥뜸까지 등장하죠. 눈 아래에 매운 약을 바르는 친구, 좀비마냥 책 들고 도서관과 캠퍼스를 맴도는 친구도 있습니다."(조장환)

"한 교수님이 농반진반으로 '여기 학생들은 쉬라고 만들어놓은 곳마다 들어가 공부하더라'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사생 중 상당수가 '통학 시간 아껴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기숙사에 들어옵니다."(박유진)

서울대 기숙사는 여느 대학 기숙사와 달리 통금 시간이 없다. 외출이나 외박도 자유로운 편. 강성진씨는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모든 생활을 철저하게 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게 이곳의 운영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은둔·모범·실속·기인… 유형도 '가지각색'

윤혜령씨는 사생의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은둔형'. 이는 다시 '공부 은둔형'과 '폐인 은둔형'으로 나뉜다. "공부 은둔형은 강의실·도서관·기숙사를 오가며 있는 듯 없는 듯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에요. 폐인 은둔형 중엔 '게임 폐인'이 꽤 많아요. 정오쯤 일어나 강의만 겨우 듣곤 밤새워 게임하는 친구들이죠. 1년 내내 슬리퍼에 트레이닝복 차림이에요."

두 번째 유형은 '모범형'. 기상·취침 시간이 일정하고 적극적으로 기숙사 활동에 참여하는 사생이다. 이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통역을 자처하고 세탁기 등 각종 시설에 일일이 중국어·영어 주석을 붙이는 등 기숙사 운영 전반에 앞장선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세 번째 유형인 '실속형'이기도 하다. 특강·음악회·뮤지컬·영화제 등 사생 대상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웬만한 문화 생활을 교내에서 해결하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서울대는 사생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워주기 위해 기숙사 내에서 정기적으로 명사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9일에도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의 연주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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