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5 16:30:19
만선초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통문화 수업을 한다. 교과관련 정규 시간에는 매주 6시간씩 전통무용(꼭두각시, 강강술래 등)과 전통음악(단소, 소금 등)을 가르친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는 전통미술(전통공예, 민속놀이소품, 한지공예, 나전칠기 등)과 전통음악(소고, 모둠 북,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을 각각 주 1회 2시간씩 운영한다. 이 밖에도 전통예절체험, 염색체험, 국악공연관람 등을 전 학년 140명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인 1국악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학년별ㆍ수준별로 나뉘어 전교생 모두에게 국악기를 접할 기회를 준다. 이중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만선국악관현악단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32명의 학생이 월 2회씩 모여 각자 악기를 연주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민수 담당교사는 “피리가 대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이제는 피리를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긴 걸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전통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아이들이 경험으로 익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음악 수업을 통해 재능을 발견해 현재 국악중 입학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는 6학년 이건희군은 “대금 소리를 들을 때마다 편안함을 느낀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싸웠는데, 요즘은 마음이 편해져 싸우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만선국악관현악단에서 활약중인 6학년 염태정양은 “다양한 악기를 다루면서 커서 유명한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통문화 수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술꽃 씨앗학교에 선정돼 매년 1억씩(총4억)지원받은 것이 한 몫 했다. 소규모 초등학교에 예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그램 덕분에 만선초는 지난해부터 전문강사를 초빙하고, 수업에 필요한 악기 등을 살 수 있었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좀 더 수준 높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십여명의 강사를 찾아가 초빙했다”고 말했다.
전통문화 수업을 시행한 지 고작 1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 성과는 눈부시다. 만선국악관현악단이 지난해 여름에 열린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에 광주시를 대표해 나간 것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어울림, 뜨락’ 행사에는 대표연주팀으로도 참여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만선초에 전학 온 학생도 여럿 생겼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경기도 내에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평가에서는 500등에서 300등으로 급격히 성적이 높아졌다. 김민수 교사는 “아이들이 문화수업을 통해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로 학교에 예술 꽃 피워
예술꽃 씨앗학교는 소외지역에 있는 전교생 400명 이하의 소규모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어린이들에게 문화ㆍ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도시와 농촌간 문화ㆍ예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손을 잡고 2008년 7월 10개 학교가 처음으로 지정됐다. 이후 매년 10개 안팎의 학교가 선정되고 있다. 선정된 학교는 연간 1억원까지 4년간 지원을 받는다.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다. 올해는 서울 강서구 개화초, 부산 금정구 서명초를 비롯해 10개 학교가 뽑혔다. 개화초 정종현 교장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여겨 수대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매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영화관에 가본 적도 거의 없는 초등학생들이 메가폰을 잡고 전국 굴지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가 하면(경북 봉화초),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학교(강원 대포초)는 예술교육으로 소문이 나 학생들이 넘쳐나기도 했다. 전남 여수북초는 오케스트라와 국악에 대한 특화 교육으로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송혜경씨는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낙후된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학교에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