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4 16:21:06
“종이봉투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집을 만들 때, 문·벽·천정·방바닥에까지 종이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는 또 어디일까요? 색종이를 처음 만든 나라는요? 정답은 모두 우리나라입니다.” 김현아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들은 어린이 관람객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종이지만, 종이 뒤에 이처럼 숨겨진 얘기는 처음 듣는 것.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자료를 통해 종이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를 확인했다면, 다음은 국내외 종이 관련 대회 수상작을 둘러볼 차례다. 종이구두, 종이 목걸이 등 아기자기한 외국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곳 복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Hello! Michael’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찢거나 자른 종이박스를 접착제로 이어 붙인 이 거대한 마이클 잭슨 미메시스(가짜) 초상은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한다. 오른쪽 옆으론 종이로 정성스럽게 장식된 옛 가구들이 진열돼 있다. 김 학예사는 “‘정말로 종이로 만든 게 맞나’하는 의심이 생겨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람객이 많다. 이 작품들은 모두 종이를 이용해 만든 것들이 확실하다”라며 웃었다.
복도를 지나 제1전시관에 들어서면 우리 민족의 종이 문화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다. 2~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종이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지(紙) 칠판’은 처음 보는 어린이도 많을 법하다. 기름 먹인 종이를 포개어 붙이고 다시 옻칠을 했다. 먹으로 썼던 글씨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 조선시대의‘휴대용칠판’인 셈이다. 신윤복의 풍속도를 종이로 접어 만든 현대공예품도 재미있다. 재활용박스로 만든 스쿠터처럼 재치있는 현대 작품도 눈에 띈다. 그 밖에 작은 종이로 얼개를 만들어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를 이루며 한국인의 소박하고도 강한 얼을 표현한 ‘집합’ 등 다양한 종이예술품이 저마다 특징을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