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학교선 여전히 ‘산 넘어 산’”
“학교 설립 60여 년 만에 여자 학생회장은 제가 고작 두 번째래요.”(노소라)
“경기도가 주최하는 리더십캠프에 간 적이 있어요. 도내 학교 학생회장들만 참가하는 행사였는데 남녀 비율이 8대2쯤 되더라고요.”(문병하)
“회장이 된 후 주재한 첫 회의를 눈물로 장식했던 기억이 나요. 제 아래 부장이 대부분 남자였는데 한꺼번에 몰려들어 제게 따져대는 통에…. 같이 일하고 밥 먹으며 친해지기 전까진 꽤나 힘들었어요.”(류주현)
지난해부터 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들에게 ‘리더’란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선거 준비부터 회의 진행, 부서 간 이견 조율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일이 없기 때문. 노양은 선거 출마 과정에서부터 진통을 겪었다.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 남학생이 연락해 왔어요. 러닝 메이트로 같이 선거에 나가자더군요. 선뜻 수락하고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깨달았어요. 그 친구는 자신을 응당 ‘회장 후보’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그 친구와 헤어져 다른 러닝 메이트와 함께 선거에 나섰죠.” 류양은 지난 선거 당시 ‘날달걀을 손에 쥔 채 머리에 부딪쳐 깨뜨리는’ 유세 퍼포먼스를 펼쳤다. “(흔히 여성에겐 없다고 여겨지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해 선택한 전략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
문양은 단독 후보로 나선 덕분에 치열한 선거전 없이 회장이 됐다. 하지만 그 역시 김포고가 6년 만에 배출한 여자 학생회장이다. “제가 입후보 의사를 밝힌 직후 여학생 사이에서 ‘병하를 찍어주자’는 여론이 일었어요. 남성 위주로 운영되는 학교 방침에 불만인 애들이 많았거든요. 실제로 학생회 임원 대부분이 남학생이었던 지난해엔 복장 규정이 남학생한테만 유리하게 바뀌었어요. ‘여학생이 회장 되면 여학생 의견이 잘 반영될 것’이란 기대 심리 덕을 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