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0 17:01:29
금락초의 주산·암산 수업은 다른 곳에선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특색있다. 취재진이 들어가 본 교실은 여느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모습이었다. 그것도 잠시.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습니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교실이 조용해졌다. 이어 메트로놈(일정한 간격의박자로 소리를 내는 기계)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바로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이다. ‘딱-딱-딱-.’ 기계음이 몇 번 울렸는지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서른 명 남짓한 어린 이들은 기계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학생들이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뒤늦게 교실로 입장하는 몇몇 어린이의 등장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법도 한데, 학생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음은 ‘상상의 그림’을 그리는 시간. 선생님은 조용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오늘 어머니와 슈퍼에 갔습니다. 슈퍼에는 많은 물건이 정리돼 있었습니다. 앞에 진열된 노란 감귤은 보기만 해도 입안이 시큼해졌습니다. 그 앞엔 수박 34개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삼겹살 무료 시식회였습니다. …(중략)” 그렇게 2~3분간 꽤 긴 이야기가 이어진 다음, 선생님의 입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본 과일은?”, “수박은 몇 덩이였나?”, “생선 판매대에는 어떤 생선들이 진열돼 있었나?” 놀랍게도 어린이들은 모든 질문에 정확히 대답했다. 양재환 선생님은 “그림 그리듯 상상하고 기억함으로써 주산식 암산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이 시작된 지 20분 만에 본격적인 호산 암산이 시작됐다. 호산 암산은 불러주는 숫자를 머릿속에 주판을 그려 계산하는 것이다. 한 자릿수부터 덧셈 암산이 시작됐다. “3원이요, 5원이요, 9원이요, 8원이면?” 이채은 (2년) 양이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25원입니다.” 아직 암산에 익숙지 않은 기초과정의 몇몇 어린이들은 주판을 이용하고, 나머지 어린이들은 암산으로 계산했다. 시간이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졌다. 선생님의 질문엔 속도가 붙었다. 두 자리·세 자리 숫자를 10행씩 더하는 계산도 ‘척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