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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선]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스무살짜리 고졸 신입사원들

2012/03/18 11:14:39

남들이 뭐라든, 내 계획대로 간다!

이신애 씨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최원경 씨는 경기 글로벌 통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학교에 다니며 각각 전산회계 2급, ICDL·전산회계운용사 등의 자격을 취득했다. 학교에서는 성적도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 결과 다섯 명을 뽑는 채용에도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취업을 했다고 해서 이들이 대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는 고졸 채용에 합격한 이들이 입사 후 정규 대학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이 과정을 이수한 직원 간의 차별화된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공정하게 경쟁하며, 학력 차별 없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발전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대학 가려고 준비하다가 정책금융공사 취업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회계를 좋아하기도 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 했죠.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응시하게 됐어요.”(이신애)

“저도 대학 가려고 준비하다가 채용 정보를 알게 됐어요. 여기서 경험을 쌓고, 대학에 입학해 심화된 이론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전형에 응했어요.”(최원경)

공부도 잘하고, 대학을 갈 생각도 있었던 이들이 왜 상업계 학교를 선택했던 것일까? 이들에게 나름의 실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상업계 학교 학생이면, 공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저희 학교는 제2의 특목고라 불릴 정도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이기 때문에 인문계보다 학업 분위기가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 꿈은 CEO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성공하는 지름길을 택하게 된 거죠.”

신애 씨 말에 원경 씨도 동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냥 평범하게 인문계를 가고 싶지 않았고, 전략적으로 특화된 학교에 가고 싶었죠. 예상했던 대로 내신을 따기에 유리했고, 수능에도 탐구영역을 따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월했던 것 같아요.”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들의 의지였고 예상대로 많은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제 의지와는 달리 주변의 시선은 좋지 않았어요. ‘거기 왜 갔니?’ 하는 분위기였죠.”(이신애)

“아무래도 취업 위주의 분위기다 보니 수능 공부할 때는 힘들었어요. 수능준비반이 있다 해도 의지가 강해야 공부할 수 있거든요.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이었죠. 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자기주도 학습을 하기 위해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어요.”(최원경)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스무 살

이들에게 2012년, 그 시작인 봄은 그 누구보다도 밝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유와 낭만이 있는 캠퍼스는 아닐지라도, 성인이 된다는 해방감과 더불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자 하는 열망은 그 누구 못지않게 크다. 이들에게 스무 살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터닝포인트’다.

“저는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입사한 친구들과 점심때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요. 회사에서 학원비도 지원해준다고 하니 영어를 좀 더 공부하고 싶네요. 또 제 취미가 춤이거든요. 방송댄스요. 초등학교 때부터 장기자랑 시간에 실력을 뽐내곤 했는데,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직장에서의 단정한 모습과는 달리, 신애 씨는 아이돌 가수에 관심이 많고, 걸그룹 댄스를 따라 하기도 하는, 영락없는 그 또래 여자였다. 원경 씨도 올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꼽으라고 했더니, 대뜸 ‘연애’라고 한다.

“동기들은 대충 눈치를 채긴 했을 텐데…, 저는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 있거든요(얼굴이 빨개진다). 그리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요. 일렉 기타나 베이스 기타도 좋지만… 남들이 잘 연주하지 않는 악기를 하고 싶어요. (기자가 클래식 악기를 추천하자,) 그럼 첼로를 배워볼까요?”

수많은 계획과 꿈이 있지만 올해 이들의 꿈은 회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스텝을 밟아나간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꿈에 이를 수 있을 터.

“아직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제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돼요.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배워나가고 싶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실력 있는 금융전문가가 되고 싶어요.”(이신애)

“제가 동기 중에서도 생일이 가장 느려 막내예요. 막내로서 해야 할 일도 많고, 업무에서는 모두 배울 것들이죠. 앞으로 대학에 가서 공부도 하고, 회사에서는 실무를 익히면서 꿈을 이루고 싶어요. 제 꿈이요? 국제 회계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요.”(최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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