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8 16:18:18
책을 기획한 것은 지난해 6월 무렵.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인 식사자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연임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를 기념할 만한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간 서로 너무 바빠 가족 간의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민경 양은 “반기문 총장의 연설문을 번역하는 일을 계기로 가족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민국 최초로 반기문 총장이 올랐고, 이와 함께 연임까지 하게 됐다는 역사적인 일을 가족 모두 기념하고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설문을 번역하기로 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반기문 총장과 최씨 가족 간의 특별한 인연도 한몫했던 것. 지난 2005년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할 때부터 최형두 씨가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로서 반 총장을 취재해 왔기 때문이다. 2006년 반 총장이 취임하고 나서도 워싱턴특파원으로서 뉴욕 유엔본부를 오가며 대한민국 첫 유엔 사무총장의 활약상을 국내에 전하는 역할을 몇 년간 했다. 가족 모두 반 총장을 만난 적도 있다. 최 씨는 “곁에서 반 총장님을 취재하면서 정확한 영어 연설 때문에 감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족 모두에게 친근한 존재이기에 영어 연설문을 번역하는 데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하 씨는 “흔히 연설문은 어렵고 딱딱한 것이고 생각하지만, 반기문 총장님은 이런 선입견을 깬 연설을 많이 했다. 보람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의견이 모이자 곧바로 각자 역할을 나눴다. 아버지를 따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초ㆍ중학교를 나온 민경양이 연설문을 번역하기로 했고, 하씨는 연설문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찾는 일을 하기로 했다. 최 씨는 관련 기사를 찾아주는 일을 맡았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영어만큼은 자신 있었던 민경 양이었지만,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UN 홈페이지(www.un.org)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반 총장이 했던 모든 연설문을 볼 수 있는데, 그 분량이 방대해 번역할 문장을 뽑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이슈를 정확히 알아야 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민경 양이 번역하면 배경지식을 고려해 엄마 하 씨가 자연스럽게 문장을 다듬었고, 이를 아빠 최 씨가 최종적으로 수정하고 다듬으며 지난여름을 힘들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