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17:19:45
“제가 태어난 후쿠시마 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우리 집은 이층집이었죠. 낡고 오래됐지만 제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어요. 저는 후쿠시마시립 니와사카소학교에 다녔어요. 친구도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칸노 유이’라는 친구와 가장 친했죠.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는데 다정하고 친절하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주는 착한 친구였어요.”
아베 양 가족에게 재앙이 닥친 건 지난해 3월 11일. 아베 양은 어머니와 함께 쇼핑센터에서 장을 보던 중 강력한 지진을 느꼈다.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의 강한 지진이 3분이나 계속됐어요. 너무 무서웠죠. 이러다 후쿠시마가 부서져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에 전기와 물이 끊겼다. 슈퍼는 물과 식량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베 양의 가족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이고 줄을 서야 했다. 모든 물건이 순식간에 동났고 기름도 구할 수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폭발했다는 사실도 하루 지나서 전해들었다. 아베 양의 집은 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로부터 60㎞ 떨어진 곳에 있었다. “라디오에서 원전이 폭발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하지만 아빠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큰일이 났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죠. 아빠는 제게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어요.”
아베 양의 어머니는 “우리가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고 했다. “방사성 물질에 대기가 오염된 줄도 모르고 식량을 사러 밖을 돌아다녔던 거예요. 소름이 끼쳤죠. 그 이후로는 바깥에 안 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