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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선행 반복하다 보니 '인격'이 되더라"

2012/02/28 15:03:22

사람들은 그를 '기부천사'라고 부른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비빔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광고를 꾸준히 냈고,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꾸미루미 버스'를 매달 후원하고 있다. 가수 김장훈.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날건달'이라는 수식어가 편하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서경덕(이하 '서'): 김장훈씨,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묻고 싶지만, 요즘 너무 자주 만나네요.(웃음) 얼마 전에도 미국에서 만났잖아요.

김장훈(이하 '김'): (웃음) 그래도 반갑습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한민국 전용 광고판을 세울 구상을 하러 갔었죠. 그리고서 라스베이거스로 갔어요. CES(국제전자제품 박람회)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랑 원더걸스랑 엮어서 기사가 났더군요. 'LG vs 삼성, 톱스타 맞대결. LG 김장훈 삼성 원더걸스', 빵 터졌죠. 제 돈 내고 놀러 간 건데.(웃음)

서: 작년 가을에 공황장애가 재발했었는데, 괜찮으세요? 병을 안고 사는 게 힘들진 않은가요?

김: 전 공황장애를 제 인생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공황장애 걸리고 노래할 때 느낌이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연습량도 늘었거든요. 무엇보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됐어요. 누구를 미워하면 두근두근해서 못 견디는 병이거든요. 이젠 누가 저한테 해코지를 하려 해도 그냥 넘어가요. '저한테 그렇게 대해서 행복하면 그렇게 하세요'라는 마음이에요.(웃음)

서: '김장훈'하면 '기부천사'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김: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사실은 날건달이죠.(웃음)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다' 하고 다 보여줬어요. 그런데도 저를 기부천사로 몰아가면 그건 그 사람들 몫이겠죠.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전 원래 사명감 같은 거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할까요?

서: 그렇다면 왜 그렇게 기부를 하는 건가요?

김: 원래 제 꿈은 노래만 하는 거였어요. '딴따라는 노래만 해야지, 다른 거 하면 영혼이 삭는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독도나 기부가 제 일부가 됐어요. 이제 그걸 배제하고는 노래를 못 할 것 같아요. 그게 진심인데, 그걸 저버리고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사명감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가수 김장훈의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노래를 더 못하게 되면, 지금 기부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이 든 거예요. '난 이제 노래 못하게 됐으니까 더는 기부 못해' 이러면 그건 범죄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안 했으면 안 했지, 이렇게 익숙해져 있는데…. 꽃배달 사업도 그래서 시작했어요.

서: 어떤 아이였나요?

김: 초등학교 때는 호기심이 아주 많았어요. 게다가 3년 정도 병원 생활을 하다 보니 친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가전제품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면서 놀았어요. 한번은 우산을 개조해서 낙하산을 만들었는데, 그걸 들고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대형 사고 날 뻔했지요.(웃음)

서: 입시 지옥, 학교 폭력 등 청소년들과 관련된 문제가 많아요. 그 와중에서 청소년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고요. 어릴 때 꿈은 뭐였나요?

김: 솔직히 말해서 청소년 시절에는 꿈이 없었어요. 그게 문제였죠. 현실에서 도망치고는 싶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결국 고등학교 중퇴하고 세상에 뛰어들었어요. 일종의 탈출이었죠. 요즘도 그런 친구들 많죠? 학교에 가기 싫다, 교육 시스템이 싫다, 일진 애들이 괴롭히는 것도 싫다…. 그래서 가출하고. 그런데 그러면 안 돼요. 이건 제가 해봐서 아는데, 본인은 탈출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가보면 정말로 탈출해야 할 세상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상한 사람 만나면 인생 엉망 되는 거예요. 싫은 것도 버티고, 전략과 전술을 잘 짜서 인생 계획을 세워야 해요.

서: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김: 돈…. 저는 일단 굉장히 좋아해요. 돈이 있으면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고, 남들도 도울 수 있고 좋지요. 그런데 행복해지는 데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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