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0 16:54:41
그는 결승선까지 100m 거리를 남겨둔 상황에서 속도를 올렸어. 나중에 들어보니 11 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빨랐대. 그의 최종 기록은 2시간 29분 19초였어. 당시엔 인간이 2시간 30분대를 돌파한다는 건 어렵다고 봤어. 하지만 그는 인간 한계를 넘어섰고,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어.
결승선을 끊는 순간, 그의 행동은 이상했어. 보통 우승을 한 선수는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리거나 환호를 하잖아? 하지만 그는 만세도 부르지 않았어.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작았던 운동화를 벗고 고개를 숙인 채 탈의실로 향한 게 전부였지. 경기장에 모인 12만 명의 관중은 의아했어. 그의 행동엔 이유가 있었어. 그는 우승의 영광을 조국 한국이 아닌 일본의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마라톤 경기 시상식 때 난 그와 함께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어.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어. 시선은 아래로만 향했지. 시상이 끝나자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안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어. 그는 시상식 때 받은 월계수 나무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가져왔어. 입고 있던 옷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리기 위해서였지. 시상대에 오른 사진엔 그의 행동이 확연히 드러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