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6 03:01:23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만큼 여가시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2학기 서울지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3학년, 고등학교 1학년 174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평일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195.6분으로 고등학생 평균(195.2분)과 거의 같았다. 초등학생들이 하루 24시간 중 쉬는 시간이 3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중학생의 평일 평균 여가시간은 241.2분으로 초등학생보다 45분 정도 많았다.
초등학생은 휴일에도 하루 평균 여가시간이 442.5분으로, 고등학생들(405.7분)보다 고작 40분가량 많다.
초등학생들은 하루 중 학교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공부를 208분이나 추가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 수업은 빨리 마치는 대신,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은 하루에 게임을 84분, 운동은 69분간(태권도, 발레 등 학원 수업 포함)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학년 임모(10·경기 수원)양은 평일에는 방과 후 영어·수학·미술 학원을 갔다가 저녁 6시에 집에 돌아온다. 임양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전 10시30분 어린이 요리 수업을 들은 후 미술, 영어, 성악, 바이올린 수업 등을 차례로 들으면 저녁 6시가 된다. 임양의 어머니는 "요즘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을 3~4개씩 안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며 "애가 힘들어해서 학원을 끊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뒤처질 것 같아서 그냥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기봉 부연구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점차 늘어나서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고, 조기교육 열풍 때문에 선행학습을 과도하게 시키면서 초등학생들의 여가시간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오성삼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집에 교과서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방과 후에는 푹 쉬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활동과 신체활동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반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혹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