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친구 사이 김현우·박재우군
서울 하나고 2년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현우군과 박재우군의 책상 앞엔 종이가 한 장씩 붙어 있다. 둘이서 세운 공부 계획과 지키지 못할 시 받을 벌칙을 적고 도장까지 찍은 각서다. 내용은 담임교사의 공증까지 거쳤다. '각서 학습'은 고1 1학기 때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두 친구가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이다. 현우군은 "나나 재우 모두 학습 계획을 세우고도 잘 지키지 못해 담임선생님께 둘이 정한 계획과 벌칙을 보여 드린 후 실천 여부 확인까지 부탁드렸다"고 했다. "벌칙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목록을 각자 쓴 다음 그중에서 골랐어요. '휴대폰 문자 (메시지 발신) 금지' '노트북·MP3 플레이어 압수' 처럼요. 벌칙이 무서워서라도 꼼짝없이 지키게 되더라고요."
두 사람은 노트 필기부터 성적표까지 모든 것을 서로에게 공개한다. 재우군은 "현우는 언어영역 성적이 올랐는데 내 언어영역 성적이 제자리걸음 중이라면 현우가 성적 올린 비결을 알려주는 식으로 서로의 공부법을 교환한다"고 했다. "만약 둘 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선생님을 찾아가요. '이런저런 방법을 아무리 써봐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여쭤보면 무턱대고 공부법을 묻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조언을 들을 수 있어요."
함께 공부한 후로 둘의 성적은 가파르게 올랐다. 1학년 2학기를 마칠 때쯤엔 교내에서 딱 30명만 뽑아 포상하는 '성적 향상도 우수자'에서 나란히 1, 2등을 차지해 장학금도 받았다. 두 사람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계속 같이 공부하다 보니 이젠 성적표만 보면 어떤 과목을 소홀히 했는지 금세 알고, 태도나 마음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바로 눈치를 채요. 그럴 때마다 서로 조언하거나 야단쳐서 슬럼프를 이기도록 도와주죠. '윈윈(win·win)'이란 말처럼 친구와 공부할 땐 서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