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자씨와 이병숙씨는 둘 다 서울 양천구민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조선일보사(서울 중구 태평로1가) 1층 로비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돼 얘기꽃을 피웠다. “1년간 가슴 졸이며 자녀의 재수 생활을 지켜봤다”는 공통점 덕분이었다. 이날 둘 사이에서 오간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사회자: 먼저 자녀분의 대학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이수자: 감사합니다. 저희 딸(황수정·서울 금옥여고 졸)은 올해 수능 우선선발 전형으로 성균관대 교육학과 12학번이 된답니다.
이병숙: 제 아들(이동욱·서울 대일고 졸)은 수시 전형으로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에 합격했어요. 지난해에도 몇 군데 붙은 학교가 있었어요. 욕심 같아선 그냥 보내고 싶었지만 아이가 재수를 간절히 원했어요. 재수를 시키기로 한 후 저 스스로 몇 번이나 다짐했답니다. ‘내년에 결과가 안 좋아도 실망하지 말자’고요.
사회자: 두 분 모두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내셨는데요.
이병숙: 저희 아이는 자기관리 문제를 이유로 먼저 기숙학원을 원했어요. 주변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돈도 많이 들고 페이스 조절도 힘들다’며 하나같이 반대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말 있잖아요. 재수는 과태료 3000만 원 물고 1년간 학생 자격 정지 당하는 거라고. 자녀를 재수시키겠다고 마음먹은 학부모는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해요.
사회자: 기숙학원 고를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었나요?
이수자: 저희 아이가 다닌 목동한샘학원은 집과 가까워 원할 때마다 아이를 볼 수 있었어요.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병원에 자주 갈 수 있는 점도 좋았죠.
이병숙: 전 일부러 도심을 피했어요. 남자아이여서 그런지 숙소 관리가 철저한 곳이 좋더라고요. 제 아들이 다닌 청솔 비봉학원 숙소는 방 네 개와 거실로 이뤄져 있어요. 거실은 선생님용, 방은 수강생용이죠. 어디 나가려면 반드시 거실을 지나쳐야 해 무단 외출이 불가능한 구조였어요.
사회자: 자녀를 재수시키며 어떤 점이 특히 힘드셨어요?
이병숙: 수능이 끝난 후부터 석 달간은 마음이 지옥이었어요.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아닐까?’ 자꾸 자책했죠. 그럴 때마다 ‘아이를 내 손아귀에서 놔주자’ ‘훌륭한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하는 건 아니다’ ‘간섭하지 말고 관심을 주자’라고 계속 중얼거렸어요.
이수자: 제일 힘들었던 건 지난해 9월 모의고사 직후였어요. 그때까지 원하는 성적이 안 나왔거든요. 당시 딸아이 손은 엉망이었어요. 초조함을 못 이기고 하도 물어뜯는 통에 손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죠. ‘결과가 좀 나쁘면 어떠냐’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가 ‘왜 내 성적이 안 오를 거라 단정 짓느냐’며 오히려 핀잔만 듣기도 했어요.(웃음)
이병숙: 하루는 아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더군요. 평소 뭘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무 말 없이 데려다줬죠.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놀이터로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울었던 기억이 나요.
사회자: 마지막으로 올해 자녀를 재수시키려는 학부모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병숙: 아이에게 ‘넌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넌 반드시 해낸다’는 믿음을 주세요.
이수자: 부모의 한결같은 기다림이 중요합니다. ‘내가 이렇게 불안한데 아이는 얼마나 더 불안할까?’란 마음으로 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세요.
Case 2. 정순희…"고심 끝에 한 선택… 믿고 맡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