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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김윤덕의 사람人] '족집게 입시분석가 25년'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2011/12/24 03:06:46

'국민입시상담가'라는 호칭에 동의하느냐 묻자, 이영덕(54) 소장이 몸살 얘기를 했다. "수능 한 달 전이면 반드시 감기 몸살이 와요. 해마다 빼놓지 않고. '수능병'이죠.(웃음) 오지게 앓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수능 이후 살인적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이영덕의 수첩은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내년 11월8일 이후의 스케줄로 이미 빼곡히 차 있었다. 10일 대구, 12일엔 광주, 서울 찍고 다시 부산, 13일은 서울, 14일은 대구 찍고 울산이다. 대규모 입시설명회 말고도 개별적으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유명인사와 지인들, 예고도 없이 노량진 대성학원 그의 사무실로 들이닥치는 학부모 학생들이 부지기수. 수시모집이 종료된 지난 20일에도 이 소장은,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하며 호소하는 중년남자를 상담해주고 있었다. "요즘은 자식들 대학 보내려고 아버지들이 저렇게 발벗고 뜁니다."

1986년 대성학원에 입사, '대한민국 족집게 입시분석가'로 명성을 얻어온 이영덕 소장의 25년 입시인생을 들었다. 사교육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졸속으로 단행되는 우리 교육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1년 150회 설명회, 별명이 '황소'

―염색은 안 하시나 보다.

"4년 전에 한번 했는데 주위에서 별로라고 해서. 흰머리가 더 잘 어울린단다.(웃음)"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입시 분석하느라 머리가 더 빨리 세는 건 아닐까.

"친구들보다 흰머리가 빨리 나기 시작한 건 맞다.(웃음)"

―입시설명회만 전국에서 1년에 150회 넘게 한다더라.

"별명이 황소다. 밤새워 일하고도 끄떡없다고. 내일 강연 스케줄이 있으면 술은 마시지 않는다. 사적인 약속도 거의 없다."

―25년 동안 최고의 입시 분석가로 건재해온 비결이 뭘까.

"다른 거 안 하고 이것만 들여다보니까. 만날 전국 대학 입시요강만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재벌가 자제들 입학상담도 많이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재벌가든 평범한 집안의 수험생이든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알려드린다."

―원래는 중학교 교사였다. 부산대 사범대를 졸업한.

"중학교에서는 도덕을 가르쳤는데, 교사로서 소질 있다 소리도 꽤 들었다. 젊은 총각 선생이 부끄럼도 없이 여중생들 눈 일일이 맞춰가면서 가르친다고.(웃음) 대학원 가고 싶어 교사자격증 반납하고 서울로 올라온 게 운명을 바꿨다. 학비 벌려고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에 들어갔는데, 입사 첫날 내가 한 일이 전지에다 지난 학년도 전국 대학의 (커트라인) 배치표를 그리는 거였다."

―그렇게 작성하기 시작한 이영덕의 대학배치기준표는 수험가에서 바이블로 통한다더라.

"지금은 워낙 변수가 많은데다, 새로운 학과들이 많이 생겨서 작성하기 매우 까다로워졌다."

―입시분석가라는 직종을 처음 개척했다.

"재수종합반만 운영해오던 대성학원이 새 사업을 시작한 거다. 같은 해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는 김영일씨가 입시 분석 전담으로 입사했다. 지금까지도 서로 경쟁하고, 또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1990년대엔 내 입만 쳐다봤다

―이영덕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건 1994학년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덕분이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에서 이해를 묻는 수능시험으로 바뀐 첫해이니 초미의 관심사였지. 첫해는 수능을 8월과 12월 두 번 치렀는데 지상파 3사가 문제풀이 생방송을 일제히 내보냈을 정도다. 나는 MBC에서 해설했는데 그때만 해도 머리가 까맸다.(웃음) 젊어 보이는데다 경상도 억양이 공격적이니 그게 자신감으로 비친 모양이더라. 물론 해설도 잘했고. 하하!"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입시분석가의 영향력이 컸겠다.

"그때는 김영일과 내 입만 쳐다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에서도 입시 기사는 예고 기사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분석을 시작한 뒤로 오보가 거의 없다고 기자들이 좋아했다."

―정확도는 어떻게 구현했나. 예측이 빗나가기도 할 텐데.

"대성학원 전국 수험생이 매해 9000명이다. 한해 1500명이 서울대와 연·고대에 들어간다. 대학 커트라인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신설학과가 있는 경우 해당 대학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고, 교수진을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히 듣는다. 물론 빗나갈 때도 있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없었다."

―원래 말을 잘하셨나.

"농사꾼이던 아버지가 TV 뉴스를 보시면 그걸 다 칼질해서 동네 노인들한테 분석해드렸다. 그걸 닮았는지 잠실체육관에서 1만5000명 앉혀놓고도 거뜬하다. 3시간 동안 청중 지루하지 않게 쉬지 않고 강의할 수 있다.(웃음) 중요한 건 핵심 요약,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 요강을 다 모아놓으면 1000페이지가 된다. 그걸 1시간 동안 핵심만 집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줄로 요약해볼까? 수시는 내신이 좋으면 유리하고, 정시는 수능이 좋아야 한다. 지방대는 내신이 좋으면 유리하고, 서울 시내 대학은 내신에 논술이 좋아야 합격 가능성이 크다."

―일을 굉장히 즐기시는 것 같다.

"선악을 구분할 때 학원을 늘 악(惡)의 영역에 두는데, 나는 좀 억울하다. 저렇게 쳐들어오는 아버지들 봐라. 내가 그 심정을 안다. 우리가 작성하는 배치기준표가 몇만 장씩 인쇄되어 전국 고등학교에 배달된다. 영향력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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