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03:13:37
어느 날, 그 일이 일어났어. 아이가 글쎄, 집을 나간 거야. 학원 간다고 나가서는 밤이 지나고 그 다음 날 낮과 밤이 지나도 감감…. 엄마들은 그런 경우를 당하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단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미친 듯이 거리를 헤매고 꺼진 휴대폰에 쉼 없이 메시지를 넣고 퍼져 앉아 울고….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 내가 이러면 안 되지, 곧 돌아올 거야,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고. 갑자기 초조해져서, 너무나 무섭고 걱정이 돼서는 아이에게 엄하게 굴었던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또 울다가….지독한 말똥 냄새, 미사리 공터에서 운전대를 맡겼을 때의 조바심 사이로, 밤이면 방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어도 어느결에 빠져나가서 후줄근해져서 돌아오기를 거듭하고 그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날들 사이로, 느리게, 아주 천천히 시간이 지나갔단다.
대학생이 되고 이제는, 이제야말로 평화가 왔구나 싶던 어느 하루, 아이가 내게 물었어. 엄마가 좋아서 소설 쓰는 것과 내가 좋아서 게임하는 것과 그렇게나 다를까요? 여전히 아이는 게임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말했어. 네가 게임하는 것과 엄마가 소설 쓰는 것과 본질적으로 엄청나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엄마는 살아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선택했고 네 게임이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면 나도 그처럼 말릴 생각은 없다, 라고. 아이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기만 했어. 즐기는 것과 살아가는 방식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던 거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방황하던 아이는 기계공학이던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었단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해서 저처럼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느새 눈물이 흐르는 건 아직 그대로야. 다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 아이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그날들이, 아이가 홀로 견뎌야 했던 그 어둠이 너무나 미안해서….
성민아. 지금 네 아픔이 너 혼자의 것이 아니란 걸 부디 알았으면 싶어. 이 새벽 누군가 너를 생각하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걸, 건강해질 너를 위해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너는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