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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스승상] "자~ 공 간다, 자신있게 슛을 쏴" 뛰면서 닫힌 마음 열어주는 선생님

2011/12/22 00:13:58

 '이것이 내게 주어진 길인가 보다….' 단국대 특수교육과(92학번)를 나온 그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소아마비에 걸린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며 학교에 다녔고, 그 친구를 괴롭히려는 아이들이 있으면 방패막이가 되곤 했다.

"세상 누군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부임한 그는 막막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체육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하게 두 달 동안 축구를 가르쳐 전국 정신지체학생 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기진맥진한 아이들을 본 그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교사는 "많은 장애 학생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다"며 "이들에게 스포츠 교육은 단체생활과 협력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과 자립 의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침에 한번 화가 나면 저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한 학생은 운동을 하면서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지적 장애 학생들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신체활동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다만 사회적 편견과 그들을 뛰놀게 할 서비스의 부재 때문에 스포츠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들의 숨겨진 열정을 발견하고 밖으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 제 역할임을 깨달았습니다."

2001년 정교사가 된 그는 '친구 같은 교사'를 지도 방식으로 삼고 일상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기울였다. 다소 우락부락해 보이는 그의 외모에 처음엔 겁을 먹던 학생들도 이제는 '뚱땡이 선생님'이란 별명을 부르며 좋아하게 됐다.

그가 이끄는 팀은 2008년 고양시컵 전국지적장애인 농구대회에서 학생부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스페셜올림픽 한국 하계대회에선 5인제 축구로 은메달을 땄다.

같은 학교에서 초등학교 과정 때부터 지도해온 아이들은 이제 몸과 마음이 부쩍 성장했다. 어쩌다 경기에서 져도 먼저 다가와 자신을 위로해준다. "운동할 때 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웃음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 교사는 오는 28일 다른 10명의 교사와 함께 '올해의 스승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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