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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조선일보-초록우산 캠페인 | 헬로! 아프렌드] (10) 김덕현(한국)-번외 편 <끝>

2011/12/21 16:47:02

넌 내게 무척 자랑스럽고 소중한 손자란다. 내 삶의 의미이자 행복이지. 문득 네가 할미에게로 왔던 때가 기억나는구나. 그때가 아마 약 10년 전 네가 세 살 때였지. 사실 할미는 젊었을 때 아주 잘못된 행동을 했었단다. 네 할아버지와 결혼 후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자 자식들을 두고 멀리 도망쳐버렸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후회되는 일이란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어느 날 네 아비가 널 안고 내게로 왔단다. 널 두고 떠나는 네 아비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마치 꼭 20여 년 전의 나 같아서 말이다. 자식을 두고 떠나는 네 아비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때부터 널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 게 내 삶의 목표가 됐단다.

네가 할미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때면 아픔도, 고통도 씻은 듯 사라진단다. 네가 없었으면 이 할미는 어찌 살았을까. 부모 없이도 구김살 없이 밝게 자란 네가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할머니, 제가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나 대통령이 돼 할머니를 따뜻한 방에서 지내게 해 드리고 호강시켜 드릴게요!”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네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없는 살림이지만 네 몸이 튼튼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킨 태권도였는데 네가 재능을 보이며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타오니 이 할미가 어찌나 뿌듯한지. 무엇보다 네가 태권도를 배우고 나서부터 자신감을 갖게 됐단 사실이 제일 기쁘단다.

넌 내년에 중학생이 돼 유명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할 테지. 대회 참가비 걱정은 말아라. 살림을 쪼개서라도 그 걱정만은 안 하게 해줄 테니. 네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뒷바라지해 네 꿈이 이뤄지는 게 내 남은 소원이란다. 그러니 네가 바라는 대로 꼭 문대성 선수(35세) 같은 인물이 되거라.

가끔은 이 늙은 할미의 보살핌만으론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할머니, 우리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온 후 한 번씩 묻곤 하는 네게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 없단 점도 마음 아프구나. 하지만 이내 “그래도 할머니가 내 부모님이니깐 괜찮아!” 하고 밝게 웃으며 말해주는 네가 마냥 고맙고 기특하다. 이 할미는 남은 인생 동안 네 옆을 든든하게 지켜줄 거야.

시계가 벌써 밤 9시를 가리키고 있구나. 좀 있으면 네가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올 테니 어서 따뜻한 간식을 준비해둬야겠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이 할미의 마음이 온전히 내게로 가 닿았으면 좋겠구나. 할미는 이만 쓴다. 사랑한다, 덕현아.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넌 내게 소중한 보물이란 걸 잊지 말려무나.

◇고진아 양(제주 남광초등 4년)이 지현이에게 띄우는 ‘희망 메시지’
<소년조선일보 2011년 12월 9일자 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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