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8 17:00:50
◇비사치기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비사치기는 비석처럼 세워둔 돌을 넘어뜨리는 전통 놀이 이름이야. 비석은 보통 무덤 앞에 세우지만 훌륭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도 세웠단다. 그런 비를 송덕비(頌德碑·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라고 해. 백성들은 고을을 잘 다스린 관리의 덕을 칭찬하기 위해 관아 근처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해당 관리의 송덕비를 세우곤 했어. 그런 곳을 ‘비석거리’¹라고 불렀지.
그런데 조선 후기로 갈수록 공덕은커녕 오히려 백성들을 괴롭혔던 관리에게도 송덕비를 세워주는 일이 생겨났어. 송덕비를 세우려면 왕이 인정하는 공덕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과정은 종종 생략됐지. 심지어 일부 관리는 자신의 송덕비를 세운다며 백성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기도 했어. 이런 횡포 끝에 세워진 비석을 백성들이 가만둘 리 없었겠지?
비석거리를 지날 때마다 화가 치민 백성들은 종종 송덕비를 발로 차고 비석 앞에 침을 뱉었어. 비석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이, 비석 자체를 아예 깨뜨리는 이도 있었지. 탐관오리(貪官汚吏·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빼앗는 관리)에게 겪은 수모를 송덕비에 화풀이했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혹시 비사치기도 탐관오리 송덕비를 향한 백성들의 분노에서 생겨난 게 아닐까? 네모난 돌을 송덕비라고 생각해 비석처럼 세워놓고 넘어뜨리는 놀이 방식만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꼬마 역사학자들의 생각은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