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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조선일보-초록우산 캠페인 | 헬로! 아프렌드] (9) 남지현(한국)-번외 편

2011/12/08 16:22:08

아차차, 내 소개가 늦었지? 난 지현이네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박스란다. 원래는 과자 수십 개를 담았던 몸이지. 그런데 과자가 마트 진열대로 옮겨지자마자 버려지고 말았어. 길거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날 여기로 데려온 건 지현이 할머니야. 할머니는 나처럼 버려진 박스나 신문지를 주워 되팔곤 하시거든. 지현이네 집엔 나와 비슷한 생김새의 친구들이 방마다 빼곡히 쌓여 있어. 지현이네 가족들은 마치 날 보물처럼 소중히 여긴단다. 종종 내 몸 위로 바퀴벌레가 스멀스멀 지나가곤 하지만 말이야. 지현이는 그 광경을 볼 때면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가지. 그럴 때면 괜스레 내가 미안해지곤 해.

짐작했겠지만 지현이네 집은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아빠는 만성신장질환으로 내내 누워 지내시고 집안 살림은 주로 할머니가 도맡아 하시지. 엄마는 지현이가 두 살 때 아빠와 이혼한 후 언니와 살고 있다는데, 소식이 끊긴 지 한참 됐대. 지현이에겐 할머니가 엄마 대신이야. 지현이는 연락 없는 엄마를 생각하며 속상해하다가도 이내 예의 그 명랑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단다. “할머니, 그럼 제 기저귀도 할머니가 다 갈아주신 거네요.” 씩 웃으며 말할 땐 얼마나 의젓한지 몰라.

지현이의 치아 상태는 말이 아니야. 이가 잔뜩 썩었는데도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치과 진료는 꿈도 못 꾸지. 가끔 이가 아파 얼굴을 찡그릴 때면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충치 때문에 고생하는 건 지현이 오빠 지호(대전 ㅅ고 1년)도 마찬가지야.

어이쿠, 벌써 오후 5시가 다 돼가네. 이제 지호가 집에 도착할 시간이야. 지호는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돼 고교생치곤 집에 일찍 오는 편이야. 돌아와선 할머니와 함께 폐휴지를 주우러 다니지. 할머니에겐 둘도 없이 착한 손자란다. (참, 이건 비밀인데 사실 지호의 꿈은 유도 선수였어. 하지만 유도를 배우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지. 그래서인지 요즘 지호는 부쩍 ‘말 없는 아이’가 돼버렸어.)

지현이의 꿈은 간호사야. 아빠의 병을 직접 간호하고 고쳐 드리기 위해서래. 지현이는 밤마다 아빠가 얼른 건강해지시길 기도해. 참 기특하지? 지현이에겐 소박한 소원이 몇 가지 있어. 아빠와 놀이공원에 가고 아빠가 퇴근길에 사오시는 치킨을 먹는 것! 말이 나와 말인데 이쯤에서 너희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지현이가 꿈과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을 모아주지 않을래? 아마 무척 큰 힘이 될 거야.

◇심채린 양(경기 부천 상일초등 2년)이 아비나야에게 띄우는 ‘희망 메시지’
<소년조선일보 2011년 11월 18일자 1면 참조>

네 얘길 듣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단 생각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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