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두 건국대생은 이렇게 세계적인 석학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제1회 'SMART KU 기술융합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등상인'로저 콘버그 대상(大賞)을 받으며 창의력과 기술융합 아이디어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콘버그 교수는 현재 건국대 초빙 석학교수다.
"경쟁력을 갖춘 다른 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에게 영광이 와서 무척 기뻤습니다."
SMART KU 기술융합아이디어 공모전은
건국대 대학원 신기술융합학과가 학원 창립 80주년을 맞아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융합기술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대상을 받은 두 학생이 공모전에 낸 것은 '구제역 바이러스 진단 키트 아이디어'였다. "전국 가축의 구제역 바이러스 노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도록 했어요." 구제역이라는 위협적인 질병의 대책을 세우는 데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등의 첨단 분야가 접목됐다.
이들은 우연히 캠퍼스를 지나다 공모전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 볼까?'란 생각을 하다가, 같은 실험실에서 공부하는 선배와 의기투합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논문을 찾아 읽었어요. 혹시 저희 아이디어가 이미 실현된 것은 아닌지 자료 수집을 하고…." 이 과정들이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중간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즐거워지던데요?"
문제는 '동물을 대량으로 살처분하지 않더라도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방법'이었다. 과연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만 막을 수 있는 것일까? 두 학생은 '새로운 구조의 백신'을 생각했다. 기존의 킬드(Killed) 백신이 아니라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를 열로 죽이거나 아주 약하게 만들어 주입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구제역에 걸린 소와 백신을 맞은 소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필요한 단백질 구조만 새롭게 조합하는 백신을 만들고 폭스 바이러스를 첨가하면 어떨까? 백신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염 가축과 백신을 맞은 가축을 구별할 수 있잖아." 이것이 바로 구제역 바이러스에 존재하지 않는 폭스 바이러스 유전자를 활용한 '단백질 재조합 마커 백신'이었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백신만 맞은 가축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면…. 나중에는 살처분 관행까지 없앨 수 있을 터였다. 이들의 생각은 전국적인 가축 전염병 방제시스템에까지 뻗어갔다. 가축 전염병을 별도의 체제로 관리할 게 아니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구제역 방역 현장에서의 작업을 돕는 즉석 진단 키트까지 더하면 전염경로와 파급력까지 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