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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 들려주는 한국사 이야기] "굶주림 허덕이는 백성 구하러 나도 암행어사로 출두했단다"

2011/12/04 17:10:21

조기자: 안녕하세요? 전 조선시대를 탐험 중인 꼬마 역사학자 ‘조기자’입니다.

정약용: 허허, 반가워요. 난 조선 후기에 활약한 실학자 정약용이라오. 호는(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이름) 다산·여유당·삼미·사암 등 많지만 ‘다산’을 즐겨 사용하다가 늙어선 ‘사암’을 썼지요.

조기자: 선생님도 암행어사셨다니 놀라워요. 당시 얘기 좀 들려주세요.

정약용: 사람들은 암행어사 하면 으레 박문수나 이몽룡을 떠올리지만 제게도 암행어사 시절이 있었다오. 1794년 정조(제22대·1752~1800년)의 특별 명령으로 경기도에 암행어사로 나가 백성을 괴롭히고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 관리들을 혼내줬거든요. 심지어 백성이 굶어 죽어도 기름진 음식으로 자기 배만 채우는 수령의 충격적 모습을 접한 후 아주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관리는 절 꽤나 미워했지요.

조기자: 그렇군요. 어렸을 적부터 매우 영특하셨다고 들었어요.

정약용: 부끄럽지만 네 살 때 천자문을 익히고 열 살 무렵엔 시집 ‘삼미집’을 펴냈어요. 천연두 흉터 때문에 눈썹이 세 개로 보이자 큰 형님께서 ‘삼미’라고 지어주셨죠. 그럼 일곱 살 때 지은 시를 잠깐 들려줄게요.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으니/ 이는 멀고 가까움이 같지 않기 때문이네”

조기자: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게다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책을 쓰셨다면서요?

정약용: 허허, 계속 내 칭찬이네요. ‘목민심서’를 비롯해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여 권 썼지요. ‘여유당전서’는 이 책들의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대부분이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답니다. 거의 다 내가 전남 강진으로 귀양 가 있는 동안 쓴 것들이라오.

조기자: 귀양 간 덕분에 책을 쓰셨다고요?

정약용: 그래요. 정조께서 승하(昇遐·임금 등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높여 이르는 말)한 이듬해인 1801년 천주교를 억누른 사건⁴이 일어났어요. 당시 천주교를 믿던 우리 집안은 그 일로 큰 고생을 했지요. 형제 친척들이 줄줄이 잡혀가 죽고 난 강진으로, 둘째 형님인 정약전은 흑산도로 각각 귀양을 떠났어요. 이후 무려 18년간 귀양살이가 계속됐다오.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지만 오히려 학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특히 조선 후기 사회의 문제점을 개혁하고 백성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덕분일까요. 훗날 사람들은 절 가리켜 ‘실학의 집대성자’라고 하더군요.

조기자: 남기신 책 중 꼬마 역사학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도 있나요?

정약용: 음, 목민심서를 권하고 싶군요. 특히 정치가나 공무원을 꿈꾸는 꼬마 역사학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은 어때야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백성이 잘살려면 목민관인 수령과 관리가 덕망 있고 총명하며 청렴하고 검소해야 합니다. 백성이 못사는 이유는 목민관이 백성의 어려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탐욕스러운 수령 밑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암행어사 시절과 귀양살이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조기자: 저도 꼭 읽어볼게요. 참, 그런데 정조께서 선생님을 무척 아끼셨다고 들었어요.

정약용: 맞아요. 우린 ‘찰떡궁합’이었죠. 조선 사회를 개혁하려던 전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딱 맞아떨어졌거든. 학문이 뛰어났던 난 성균관 유생 시절부터 정조의 눈에 띄었고 이내 인정받았어요. 정조는 성적 우수자에게 규장각에서 발행한 책을 선물로 내리시곤 했는데, 난 어찌나 많이 받았는지 더 이상 받을 책이 없을 정도였다오. 궁궐에서 유교 경전을 강의할 때도 전하께선 내 강의가 제일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말하자면 정조는 내 학문적 동지인 동시에 ‘조선의 개혁’이란 공동 목표를 가진 분이셨다오. 승하하시기 보름 전만 해도 내게 책을 보내며 안부를 물어오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조기자: 끝으로 저 같은 꼬마 역사학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정약용: 여러분, 부모님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며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세요. 효도와 공경은 학문의 근본입니다. 또한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세요. 부지런함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을, 검소함은 ‘사치스런 옷이나 물건을 탐내지 않으며 알맞게 음식을 먹는 것’을 각각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꾸준히 하세요. 단, 책을 읽을 땐 대충 눈으로 훑지 말고 ‘중요한 내용이 나오면 꼭 기록해두는 습관’을 가지세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힘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답니다. 이 얘긴 200여 년 전 내가 두 아들에게 편지로 당부했던 내용이기도 해요.

오늘의 퀴즈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은 귀양지였던 흑산도에서 물고기 등 바다 생물을 관찰한 후, ‘해양 생물 백과사전’ 격인 이 책을 남겼다. 이 책의 이름은? (정답은 12일자 3면에)

①발해고  ②자산어보  ③열하일기  ④반계수록

※지난 호 퀴즈 정답: ④장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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