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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 부른 '난독증', 시청각 훈련으로 잡았어요"

2011/11/29 16:31:08

◇학력 미달, 20%는 정서·행동에 문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달 전국 1045개 초·중학교 기초 학력 미달 학생 5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학습 부진의 원인을 찾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만1000여명(19.6%)이 난독증<키워드 참조>·정서 불안 등 정서·행동발달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이를 반영해 내년부터 초·중·고교생 전원(희망자에 한해)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발달 선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5개 시도 교육청(서울·대구·대전·전남·경북)에 관련 프로그램 개발비(총 600억 원)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용두초등에서도 학년당 한두 명꼴로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학습 부진 학생이 나온다. 김영일 선생님(학력 향상 담당)은 “교과서를 단 한 줄 읽으면서도 조사를 빠뜨리거나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라며 “문장을 연결하지 못해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두초등이 일부 학생을 상대로 시청각 훈련을 시작한 건 2개월여 전. 유병기 용두초등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수도권에 있지만 도심과의 거리가 상당해 제대로 된 교육 혜택을 입지 못하는 학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학교가 온통 산과 군부대로 둘러싸여 있어요. 교육 기관이라곤 우리 학교가 전부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가 종종 생깁니다. 물론 그 수가 많진 않아요. 전교생 72명 중 10명 안팎이죠. 검사를 해보니 시청각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거라더군요. 그래서 고심 끝에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시청각 자극 훈련 두 달 만에 ‘성과’
현재 용두초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시청각 훈련은 하루 60분(오전 40분·오후 20분)씩 주 3회 진행되고 있다. 총 50회 프로그램 중 이미 20회를 넘긴 상태. 오전 훈련은 시각을 자극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같은 그림이나 숫자를 기억해 알아맞히거나, 섞여 있는 알파벳을 순서대로 맞추는 프로그램 등이 그것.

백민호 군(3년·가명)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나면 가끔 눈이 피곤하고 멀미가 난다”라며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져 힘들어도 계속한다”고 말했다. 오후 훈련은 다트 게임 등 놀이와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조영하 용두초등 선생님은 “오전엔 강도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훈련, 오후엔 놀이와 결합해 흥미를 곁들인 훈련을 각각 진행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한정훈 군(4년·가명)은 “이번 학기 중간고사 국어 점수는 직전보다 두 배 이상 오른 85점이었다”며 웃었다.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던 행동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조영하 선생님은 “승현(황승현 군·가명·2년)이의 경우, 훈련 전만 해도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할 정도로 산만했지만, 요즘은 40분 수업 내내 끄떡없이 집중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유병기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성적과 행동이 나아진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 난독증(dyslexia)
지능과 시력·청력이 모두 정상인데도 언어와 관련된 신경학적 정보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장애를 겪는 증상. 의사소통이나 정리정돈 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박형배 하이퍼포먼스브레인연구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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