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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 안녕하세요? 조선시대를 탐험 중인 꼬마 역사학자 ‘조기자’입니다.

정조:오호, 기특한지고. 그래, 무엇이 궁금한가?

조기자: 혹시 전하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왕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정조: 정말이냐? 과인(寡人·‘덕이 적은 사람’이란 뜻으로 임금이 자신을 낮춰 부르던 말)은 단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백성 편에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라.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면 기쁘구나.

조기자: 무척 어렵게 왕위에 오르셨다고 들었어요.

정조: 그랬지. 신하들끼리 편을 갈라 심하게 싸우던 때였으니까. 과인의 아버지 사도세자(영조의 둘째 아들·1735~1762년)도 노론이니 소론이니 하는 붕당(朋黨·뜻을 함께한 사람끼리 모인 무리)의 싸움에 휘말려 죄인의 누명을 쓰게 됐어. 결국 노론 편이었던 할아버지 영조는 소론 편에 있던 아버지를 뒤주에 가둬 죽게 만드셨지. 이후 노론의 신하들이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며 과인의 즉위를 반대했고, 가까스로 왕이 된 후에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

조기자: 그랬군요. 전하께서 당시 신하들의 싸움을 막기 위해 펼친 정책이 있다던데요.

정조: 탕평책(蕩平策)이라고 하느니라. 신하들을 편 가르지 않고 실력으로 평가해 고루 뽑아 쓰는 정책으로 영조 때부터 계속돼 왔지. 과인은 붕당 간 싸움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알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탕평책을 추진했었느니라.

조기자: 참, 홍길동 같은 서자(庶子·본부인이 아닌 딴 여자가 낳은 아들) 출신도 관리로 뽑으셨다면서요?

정조: 능력만 있다면 출신은 그리 중요치 않아. 박제가(1750~1805년)나 유득공(1749~1807년)도 서자 출신이지만 규장각에서 큰 역할을 했고, 나중엔 실학자로 명성을 높였지. 규장각은 과인이 개혁 정치를 펼치는 데 핵심 기구이자 문화 발달에 큰 역할을 했던 곳이야. 세종대왕 당시 집현전과 비슷한 기능을 했다고나 할까?

조기자: 왕이 궁성 밖으로 행차하는 경우는 흔치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선 화성을 비롯, 여러 왕릉(王陵·임금의 무덤)으로 100회 이상 행차하셨다면서요.

정조: 허허, 꼬마 역사학자라더니 공부를 아주 많이 했구나. 과인은 ‘냇물에 비치는 밝은 달처럼 모든 백성을 고루 비추는’ 임금이 되고 싶었어. 그러려면 백성을 자주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야 했겠지? 그래서 자주 행차를 나갔단다. 과인의 행차는 수많은 백성이 구경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었고, 백성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땐 직접 해결해주기도 했느니라.

조기자: 그러셨군요. 그런데 수원에 화성을 건설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조: 화성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과 개혁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세운 신도시였어. 아버지의 묘를 화산(지금의 경기 화성시 안녕동) 현륭원(융릉)으로 옮기면서 처음 계획했고, 그곳에서 새롭게 정치를 펼치고자 했지. 정약용(1762~1836년)이 설계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덕에 예상보다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어. 당시 공사에 참가한 백성들에겐 월급도 줬느니라.

조기자: 와, 정약용이란 이름은 저도 들어봤어요.

정조:그래.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였던 그는 도르래의 원리를 활용한 거중기와 도르래를 개발해 빠르고 편리하게 성을 쌓았지. 과인이 화성으로 행차할 때마다 배다리란 걸 놓아 한강을 편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돕기도 했느니라.

조기자: 하지만 1800년 6월 전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많은 백성이 안타까워했어요.

정조: 과인도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해 아쉽긴 마찬가지야. 화성도 완성됐고 과인을 도와 개혁을 함께할 인재도 있었건만. 과인이 갑작스레 죽는 바람에 독살 당했다고 믿는 백성도 있었다지? 그건 그만큼 당시 과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컸다는 증거일 게야. 꼬마 역사학자들도 이다음에 크면 세종대왕과 영조, 그리고 과인을 통해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때야 하는지 깨달았으면 좋겠구나. 그럼 오늘의 퀴즈를 내볼까? 노론 세력에서 과인을 보호하고, 붕당에 휘말리지 않고 나랏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군대의 이름은 무엇일까? ①별기군  ②별무반  ③삼별초  ④장용영  정답은 다음 호에 알려주겠노라.

※지난 호 퀴즈 정답: ④삼종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