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쓸데없는 소비 줄이면 지구도 건강해지겠죠?

2011/11/25 16:57:30

지난 23일, 원석이와 어머니 최씨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냈다. 환경 단체에 가입할 정도로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모자(母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내심 자신도 있었다. “원래 펑펑 쓰는 편이 아니니까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착각이었단 걸 깨달은 건 불과 몇십 분 만이었다. 최대 난관은 ‘전화’였다. 최씨는 대학 강사(신안산대 국제경영과)로 일하고 있지만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둘째 정지현 군(2세)을 돌보느라 외출이 잦지 않은 편이다. “대신 전화를 자주 썼어요. 주변 엄마들과 자주 통화하거든요. 평소엔 한 달 전화요금(집전화·휴대전화 합계)이 16만 원쯤 나와요. 자동이체를 해놔 대수롭잖게 생각했죠.” 하지만 이날 최씨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동네 엄마들과는 물론, 원석이와도 통화할 수 없었기 때문. “제 평소 통화량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어요. 전화를 쓰면 돈은 물론, (전기)에너지도 낭비되죠. 휴대전화의 수명도 점점 짧아지고요.”

답답한 건 원석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 학교’ 마지막 수업이 있었어요. 퀴즈 대회를 했는데 7조 가운데 우리 조가 3등을 했죠. 당장 엄마에게 전화해 자랑하고 싶었지만 집에 올 때까지 꾹 참았어요. 하지만 박물관에서 종종 사먹었던 빵을 안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최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너 박물관 가기 전에 집에서 라면 먹고 갔잖아.” 엄마의 핀잔 아닌 핀잔에 원석이는 쑥스러운 듯 엄마를 쳐다보며 덧붙였다. “하지만 쓸모없는 기념품도 안 샀는걸요.”

최숙진 씨는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종종 들르던 재래시장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복병(伏兵·뜻밖의 경쟁 상대)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인터넷 쇼핑. 최씨가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하는 품목은 주로 책이다. 실제로 원석이네 집은 ‘미니 도서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책이 많다. 책꽂이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어림잡아 1000권도 더 된다.

원석이는 “이번 경험을 통해 ‘책 돌려 읽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면 엄마가 늘 사주셨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만 좀 덜 사도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요. 책의 재료는 종이, 종이의 재료는 나무잖아요. 제가 책을 한 권 살 때마다 그만큼의 나무가 베어지고, 그걸 차로 운반하려면 공해가 발생하죠. 차를 움직이게 하려면 휘발유도 필요하고요.”

아무것도 안 사고 보낸 이들의 하루는 어땠을까? 최씨는 “짐작은 했지만 정말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의미 있는 하루였어요. 오늘 하루만큼은 지구를 위해 나름대로 기여한 셈이니까요. 실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신혼 초 쓰다 만 가계부를 12년 만에 다시 쓰기로 했어요. 쓸모없는 소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좀 귀찮긴 하겠지만 제 생활에도,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겠죠?”

원석이는 이번 기회에 학교 도서관과 좀 더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꼭 갖고 싶은 책이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요. 책을 많이 빌리면 다독상(多讀賞·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 주는 상)도 받을 수 있거든요. 소년조선일보 독자 여러분도 지구 환경을 생각해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습관을 들이세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