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2 17:13:56
◇발제자들 “학교교육 중 학부모 역할 미흡”
“학부모회 활동을 하다 보면 학교와 학부모 간 의견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진정한 학부모회 역할을 고민하던 중 공청회 소식을 듣고 오게 됐죠.” 이날 공청회장엔 김선영 씨(39세·경기 광명시 소화동·광명시초등학부모회장)와 생각이 비슷한 학부모가 다수 참석했다.
행사는 경기도교육청이 선정한 학부모 활동 우수 학교들의 발표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공청회는 약 한 시간에 걸친 사례 발표 직후 이어졌다. 처음 운을 뗀 건 백승연 씨(평등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회)였다. “한 해 동안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의 학부모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학운위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 학교 운영 심의·자문기구죠.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1년 내내 소수의 의견은 무시한 채 모든 의견을 다수결 투표로 마무리 짓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학교 홈페이지에 글로 하소연하거나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발제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당수가 자리를 떴다. 학부모조례 제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정은수 씨(45세·경기 부천시 원미구)는 “발제자들의 얘기가 대부분의 학부모에겐 어려울뿐더러 학부모가 직접 발언할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짧은 것 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루빨리 도입해야” VS “아직은 시기상조”
5명의 발제가 모두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참가자들 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초등 3·4·5년생 자녀를 둔 민경훈 씨(48세·경기 과천시 별양동)였다.
“조례 제정보다 현재 학부모회의 문제점을 보완,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또 만약 조례가 제정된다면 학부모와 가장 많이 부딪힐 사람인 선생님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는지도 궁금합니다.”
공청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김선태 경기 안산시 초등부학부모지원단장은 “(학부모회 조례 제정이) 지지부진한 학부모회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가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질수록 학교가 발전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현재로선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학부모의 역할이 달라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곧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죠. 그러므로 모든 학교의 학부모회 활동을 의무화하는 학부모회 조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 단장의 말에 동의하는 의견이 쏟아지자, 권남희 경기 이천 한내초등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펼쳤다. “선생님들은 1년 중 3월이 가장 괴롭습니다. 학부모회 임원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학부모가 학급일 안 하려고 눈치 보기 바쁘거든요. 여기 계신 분들은 학부모 의견이 학교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데, 실제 현장에선 학교 일에 참여하시려는 학부모가 거의 없어요. 현재 학부모회의 현실에 비춰볼 때 조례 제정은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