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7 16:57:32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손님들은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갔어. 허름한 집 모습에 좀 놀라신 눈치더라. 우리 집은 흙바닥에 나무와 코코넛으로 대충 엮어 만들어졌거든. 화장실이나 수도시설도 없어. 물은 100미터 정도 떨어진 이웃집에서 길어 먹곤 하지. 전기가 들어오는 건 상상도 못해. 어둠침침한 석유램프 하나가 전부야. 난 매일 램프 아래 흙바닥에 엎드려 꼬박 세 시간씩 공부하곤 해. 가끔은 석유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려 고생할 때도 있단다.
다음 날, 본격적인 광고 촬영이 시작됐어. 여동생 아비르따(8세)와 리스니야(5세)도 함께 말이야. 광고 감독님은 내게 “평소처럼 학교를 오가는 장면을 찍으면 된다”고 말씀하셨어. 그리고 이날 난 드디어 2만7495의 의미를 알게 됐지. 내가 학교를 오갈 때의 발걸음 수였어. 손님들은 내가 매일같이 학교에 가기 위해 왕복 4시간, 총 8㎞나 걷는다는 사실을 알곤 마음 아파하셨어. 솔직히 나도 학교 다니는 게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아. 특히 섭씨 40도가 훨씬 넘는 날, 뜨거운 모랫바닥을 맨발로 걸을 땐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아. 매일 한두 끼니밖에 먹지 못해 더 힘들게 느껴지지.
내가 제일 속상한 건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단 사실이야. 내 꿈인 의사가 되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등·하교 시간이 길다 보니 보충수업에 빠질 때가 많거든. 더구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1·2교시는 빼먹기 일쑤지. 얼마 전엔 좋은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시험을 치렀는데 고작 2점이 부족해 떨어졌어. 나한테도 친구들처럼 자전거 한 대만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