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5 16:47:30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느냐 ”는 질문에 그는 간단히 “좋아서”라고 답했다. “지난 2009년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에 묻힌 고(故) 고미영 씨의 시신 구조 작업에 참가했었어요. 꽁꽁 얼어버린 시신을 안고내려올 때의 기분이란…. 하지만 등에 짊어진 죽음의 무게만 생각한다면 절대 산에 오를 수 없어요. 산악인들이 원하는 건 ‘도전’ 그 자체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성취욕은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을 겁니다.” 박 씨에 따르면 산악인은 특정 직업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산에 오르는 이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단, 산악인의 도전 정신은 ‘등산’ 이 아닌 ‘등반’ 에 성공할 때 더욱 빛난다. 등산과 등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별다른 기술이나 훈련 없이 정상까지 걷는 행위를 등산, 암벽 타기 등의 기술을 동원해 해발 3000m 이상의 산을 오르는 행위를 등반이라고 한다. 3000m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최대한의 높이. 그 이상이 되면 산소가 부족하고 기압이 낮아 숨쉬기조차 힘들다.
◇등반 목적별로 목표 산과 루트 달라져
박 씨에 따르면 등반 스타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특정 높이 또는 정상 정복이 목적인 등반. 박영석(48세·실종) 대장, 엄홍길(61세) 대장 등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정상 정복 루트(길)를 찾는 등반이다. 산악인은 자신의 등반 스타일에 따라 정복할 산과 루트를 정한다. 루트를 정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여러 면에서 찍힌 산 사진을 토대로 △아래부터 정상까지의 기울기·높이·길이 등을 분석한 후 △사진 위에 자신이 출발할 지점과 정상을 이으면 끝. 지도 등 공식 자료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 루트는 대개 먼저 그산을 올랐던 경험자들의 말을 참조한다. 산을 탈 땐 최소 두세 명, 최대 열 명가량으로 팀을 짠다. 이때 등반로를 안내하는 현지인 셰르파(sherpa), 짐을 들어주는 포터(porter) 등이 합류하기도 한다. 팀원들이 약 한 달간 묵을 베이스캠프는 주로 해발 3000~5000m 정도에 세운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고산 적응 훈련을 받는다. 더 높이 올라가면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심한 두통이나 피로감, 구토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이 훈련에 실패한 대원은 산에 오르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