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7 16:35:53
◇119대 1 경쟁 뚫고 초음속 전투기 조종 기회
인터뷰가 진행된 KAI에선 시시때때로 비행기가 굉음과 함께 뜨고 내렸다. 인근에 위치한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전투기들이었다. 박지선 씨는 순식간에 시야 저편으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전투기 조종사는 내 오랜 꿈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태어난 병원이 옛 공군사관학교(현재 서울 보라매공원) 뒤에 있었대요. 초등생 시절, 우연히 견학한 공군사관학교에 전시된 비행기를 보며 ‘파일럿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그러곤 고 3 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공군사관학교에 지원서를 냈어요.”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낙방. 결정적 탈락 이유는 라식 수술(레이저를 이용한 시력 교정 수술)이었다. 라식 수술을 한 사람이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할 경우 땅 위와의 압력차를 견디지 못해 자칫 수술 부위가 터질 수도 있기 때문. 학교 입장에선 맨눈 시력이 좋은 응시자를 두고 굳이 박 씨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박 씨는 파일럿의 꿈을 깨끗이 접고 대학(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KAI에 입사한 박 씨에게 주어진 업무는 국산 공군 전투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해외에서 사들이는 것. 그에게 국민조종사 선발대회 소식을 알려준 건 같은 회사 동기였다. 박 씨는 공군사관학교에 원서를 냈을 때처럼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거침없는 기세로 3차 시험까지 통과한 박 씨를 가장 긴장시켰던 건 마지막 관문인 체력테스트, 그 중에서도 빠르게 회전하는 곤돌라 안에서 중력가속도의 6배를 20초간 견뎌야 하는 ‘6G 테스트’였다. 응시자 여섯 명 중 세 명이 잠깐 의식을 잃을 정도로 어려운 코스였지만 박 씨는 이를 가뿐히 통과, ‘확실한 1위’를 차지했다.
“저도 중간에 한 번 의식을 놓칠 뻔했어요. 순간,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 외쳤죠. ‘난 비행기를 타야 한다, 타야만 한다….’ 나중에 곤돌라 안을 녹화한 동영상을 봤더니 두 팔 번쩍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더라고요. 실상은 전혀 달랐는데 말이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