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3 16:35:44
류은 작가의 첫 작품은 지난 2009년 발간된 ‘바람드리의 라무’(바람의 아이들). 같은 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으로 제7회 푸른문학상도 받았다. “글을 늦게 쓰기 시작했어요. 국문학과를 나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동화를 읽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동화를 읽으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개운해졌죠. ‘동화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웠어요. 이론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어 뒤늦게 대학원에도 진학했죠. 그 과정에서 운 좋게 첫 책을 펴내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요.”
그에게 정채봉은 아주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작가다.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펴들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정채봉 선생님의 ‘오세암’(1984년)은 특별했죠. 스무 살 때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이후 원작을 찾아봤는데 영화보다 훨씬 큰 감동을 주더군요.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울었던 장면에선 또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고, 웃었던 장면에선 또다시 웃음을 터트리게 되더라고요. 여기 ‘스님은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 있는 사람이야’란 문장 좀 보실래요? 어떻게 이렇게 어린이다운 발상을 하셨는지…. 선생님의 작품은 지금도 제게 큰 영감이 되곤 해요. 본받고 싶은 분이죠.”
‘그 고래, 번개’는 외로운 섬 소년 ‘상택’이가 바다에서 홀로 떠나온 고래와 사귀며 성장해가는 얘기다. “상택이가 사는 섬엔 아이들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공부하러 육지로 떠나갔거든요. 가장 친한 친구인 ‘형철’이마저 얼마 전 도시로 전학을 갔지만 상택이는 선뜻 맘을 정하지 못하죠. 그러던 어느 날, 상택이는 고래를 한 마리 만납니다. 고래에게 물고기를 던져주고 함께 헤엄치며 상택이는 고래와 친구가 됩니다. 고래에게 ‘번개’란 이름도 붙여주고요.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낯선 아저씨가 고래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상택이는 그 아저씨에게서 고래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내요. 고래를 큰 바다로 돌려보낸 후, 상태는 비로소 도시로 떠날 용기를 얻습니다.”
류 작가에 따르면 이 작품의 주제는 ‘용기와 자신감’이다. “어린이들은 학년이 바뀔 때, 혹은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매번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새 환경에 맞서는 건 설레고 신나는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걱정과 긴장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해요. 상택이 역시 처음엔 ‘난 키도 작고 공부도 못해 도시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결국 그런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제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도 상택이를 거울 삼아 새로운 환경 앞에서 작아지는 마음을 붙들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류 작가는 요즘 다음 작품 구상에 한창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짠다는 그는 “우연히 한 박물관에서 본 사진 속 어린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정말 그랬어요. 조선시대 사진이었는데 한 노점에서 일하는 여자아이가 제게 말을 걸어오는 거예요. 그날 이후 조금씩 그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얘길 풀어내고 있답니다.”
문득 ‘작가 류은’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졌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도 그냥 자라는 어린이가 많은 건 그 때문이죠.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전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덥혀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