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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體가 자유민주주의… 교과서 용어로 정당"

2011/10/18 02:22:40

이 위원장은 이날 열린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 공청회에서 "역사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란 말이 들어간 것은 근거 있는 판단에 의한 것이며, 더 이상 (교과서와 관련한)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역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이 위원장은 대한제국과 한일강제병합 등 근대사에서 큰 연구성과를 낸 국사학계의 중진이다. 공청회가 끝난 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관련해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문제에 대해 2개월 만에 자신의 입장을 본격적으로 밝힌 것이다.

―교과부가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일방적으로 넣었다며 일부 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역사교육과정 개발정책연구위원회가 제출한 시안에 대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이견이 들어와 교과부 장관이 우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리는 다시 현대사 전공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끝에 내 책임하에 최종적으로 '자유'가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나.

"연구위원회 시안이 1948년 8월 15일에 일어난 일을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이라고 했는데 그 근거는 현행 헌법의 전문(前文)이었다. 나는 이 기준에 따르면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이 곧 자유민주주의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을 의미하나.

"사전적 의미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의회민주주의(constitutional democracy)라고도 하며, 대의(代議) 정치의 가장 일반적 형태(common form)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복수정당 정치를 필수요건으로 한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선 정의(定義)가 일치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반론이 있다.

"초·중·고교의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교육에 목적을 두는 것이므로 학술적 차원의 논쟁을 끌어넣을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교과서 내용은 상식적인 선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유신헌법부터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독재정권이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성향을 발휘해 쓴 표현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감이 가지 않는다. 네오콘이 '나 네오콘이요'라며 대문에 써 붙이겠는가. 국민적 목표이자 여망의 실체인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은 1980년 헌법과 1987년 직선제 개헌 헌법에도 그대로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오늘 공청회에선 '자유민주주의'란 말이 냉전시대 반소(反蘇)·반공(反共) 진영의 이데올로기 노릇을 했다는 반론도 나왔는데.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는 다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수호 의식이 대한민국에 존재했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왜 집단사퇴 사건 때 얘기하지 않고 지금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것인가.

"교과서 검정을 주관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공방이 벌어질 때 휩쓸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중심을 잡아야 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이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1970~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세대가 당시를 풍미했던 민중민주주의 개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반발심을 가졌을 것이고, (지식인들의) 반(反)MB정서라는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문적 열정 때문에 연구와 교육을 냉정하게 구분하지 못하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또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려 한다면 역사학계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어느 한 편에서 역사를 보지 말고, 미래의 주역들에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바르게 전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역사 교과서에서 좌(左)편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사 부분에서 남북 체제를 비교하듯이 병렬적으로 서술한 내용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족통일을 내다보는 교육을 해야 하지만 지금 같은 분단상황에선 우선 국가를 위한 역사교육부터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갖추고 입헌주의 틀 안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이념·체제'를 말한다. 19세기 말 서구 국가들이 보통선거를 실시하면서 완성된 현대정치제도이며, 양심과 언론·출판 등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인민민주주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자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 높은 투명성, 개인 권리 보호 등을 더욱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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