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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사에… 체험 현장에… 아빠들이 달라졌다!

2011/10/17 03:08:57

지난 8일 전쟁기념관(서울시 용산구). 문제 배틀 임무가 적힌 인쇄물을 든 행현초등 녹색아버지회 회원 자녀 15명이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을 오가며 전쟁사 문제를 푸느라 분주했다. 문제는 ‘거북선은 언제 누가 만들었나?’ 처럼 비교적 쉬운 문제부터 ‘1983년 12월 3일 북한의 무장 간첩들이 부산 다대포 해안으로 침투할 때 사용한 장비로, 한국 해군이 노획하여 복원한 것은?’처럼 구체적인 유물을 찾는 것까지 다양했다. 질문 아래에는 관련 전시물 위치를 적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하고, 조별로 지급된 무전기를 통해 아버지와 교신하면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미리 공부를 마친 아버지들은 각각의 전시물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설명해주고 정답을 맞히면 임무 완수 스티커를 주는 등 유료 체험 활동 못지않게 잘 짜인 프로그램이었다. 오후에는 아빠와 함께 플래카드 만들기, 삼행시 짓기 등이 이어졌다.

2008년 토요일 교통 지도와 청소 봉사 활동으로 시작한 행현초 아버지회는 올해부터 월 1회 체험 활동, 등산,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윤성 회장은 “봉사 활동 외에 체험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모임을 별도로 갖는다. 직종은 물론 다양한 취미를 가진 아빠들이 의기투합하면서 가족별로 하기에는 어려운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고 아이들도 형, 언니, 동생 관계가 이뤄지면서 딱딱하게 느끼던 박물관 견학, 유적지 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박슬기(5년), 선화(2년) 자매에게 ‘안 놀아주는 아빠’였던 박병길씨는 아버지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만능 아빠’가 됐다. 패러글라이딩, 스킨스쿠버, 아마추어 무선통신이 취미인 그는 정기적으로 가족이 함께 가는 봉사 활동 외에는 혼자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능력을 한껏 발휘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두 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슬기양은 “예전에는 얘기 나눌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아빠가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대화도 많아지고 자연스레 친해졌어요”라고 말했다.

◆교육 정보 나눔, 교육 환경 변화의 장

창립 10년째인 충남 천안 부성초등학교 아버지회는 올해 태조산 등반, 속리산 법주사 문화재 탐방, 갯벌체험, 가족 캠프, 천문대 체험, 전철 타고 조선시대 궁중문화 탐방하기(경복궁, 박물관 등), 송년의 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통 봉사, 학교 주변 환경 미화 활동, 운동회 등 행사 진행요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말 그대로 ‘수퍼 대디’(Super Daddy)다.

월 2회 정기 모임에서는 교육 정보를 나누고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뤄진다. 박윤범 회장은 “또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들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소통을 위해 텔레비전을 없앤 집이 있는가 하면 마루에 칠판을 설치한 집도 있다. 이런 점들을 서로 공유해 가정에 적용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환경 개선에도 아버지회의 역할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시의회와 시청 교통과에 민원을 넣어 2009년 학교 앞 스쿨존이 조성된 뒤로는 단 한 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쇠로 된 그네를 안전을 위해 플라스틱 그네로 바꾸고, 체육관을 세우는 데도 아빠들의 노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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