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5 16:48:10
—이번 전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3개월 전, 문광부가 올해 한글주간 총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해왔어요. 한글주간에 펼쳐지는 각종 공연과 학술 행사, 체험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들만으로 한글주간을 채우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광부에 제안했죠. ‘한글에 대한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전시를 열어보자’고요.”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요?
“전시 제목처럼 ‘문자는 살아있다’ 란 점이었습니다. 문자의 역사는 5000년 정도 됩니다. 문자로 인정받은 여러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건 기원전 3200여 년 전 만들어진 수메르 쐐기 문자예요. 그런데 수메르쐐기 문자를 포함, 새롭게 만들어진 문자들은 결코 처음 모습 그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아요. 사회적 요구나 문화적·정치적상황으로 인해 바뀌거나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때론 하나의 문자가 자식을 낳듯 여러 문자를 낳기도 해요. 한글도 당초 세종대왕이 만든 건 28자였지만 지금은 24자만쓰이고 있잖아요. 우리에게 익숙한 띄어쓰기도 새롭게 생겨난 규칙이지요.”
—기획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실제 전시 준비 기간은 한 달가량에 불과했어요. 시간과의 싸움이었지요. 특히 세계 문자 관련 자료를 구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필요한 자료량도 많아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중도에 포기할 뻔한 위기도 있었는데 가까스로 정희섭 씨(서울대 언어학 박사·52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전시를 개막할 수 있었어요. 지난 3일 마침내 완성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요즘, 어린이 관람객이 각기 다른 문자들로 쓰인 자기 이름을 접하며 낯선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꾸며진‘문자 체험’공간의 반응이 좋아 더욱 기뻤답니다.”
—문자로서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만든 사람과 연대가 분명하게 밝혀진 유일한 문자란 점이지요. 배우기도 쉽고요. 세계 문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개 종교인이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 높은 벼슬에 오른 사람 등을 거쳐 점차 민중으로 전파됩니다. 하지만 한글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린(어리석은) 백성’ 들이 바로 사용한 문자예요. 오히려 조선시대 양반 등 권력자들은 한글을 천한 문자로 여겨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글은‘진정한 민중 문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년조선일보 독자에게 한글날의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우리 언어인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한글날은 그야말로 세종대왕이 ‘문자’ 란 선물을 내려준 날이잖아요. 아마 오늘날까지 우리 언어없이 한자를 사용했다면 지금 같은 생활을 누리기 어려웠을 거예요. 점차 디지털화(化)돼가는 세상에 적응하기도 어려웠겠죠. 한글은 한자와 달리 한정된 자음과 모음으로 여러 글자를 만들 수 있어 컴퓨터나 휴대폰에 입력하기 쉽습니다. 문화적으로도 한글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올해 한글날을 계기로 ‘소중한 한글 지키기’ 에 앞장서보세요!”